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시청률은 방송사 및 많은 기관에서 유의 깊게 보던 분야였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지표로 꼽혀왔을 뿐 아니라, 시청습관과 형태, 의견, 어느 집단이 어떤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지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시청자가 방송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광고주가 그 요금을 광고료로 지불하는 이중 시장 구조로 형성돼 있는 만큼, 방송사가 광고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청률을 확보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겨져 왔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시청률의 중요성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방송국에서 ‘시청률’은 흥행성적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청률의 장벽이 날이 갈수록 낮아진다는 것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40%는커녕 30%를 넘는 프로그램이 손에 꼽힐 정도로 찾아보기 어려우며, 평일 드라마 시장의 경우 10%대 안팎의 성적을 기록하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아무리 실시간 다시보기 서비스, 프로그램 다운로드 서비스 등의 발달로 시청패턴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하지만,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저조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쯤 되니 방송사들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의 시도 중 하나는 바로 ‘편성 시간대의 변경’이다. 편성도 전략인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금토드라마’ 라인업을 만드는가 하면, 주말드라마를 ‘토요드라마’ ‘일요드라마’로 바꾸며 변혁을 꾀한 것이다.
KBS는 지난 6월 방송된 ‘최고의 한방’으로 ‘금토드라마’ 라인업을 만들었다. 금토드라마의 경우 tvN과 JTBC가 먼저 시도한 드라마 편성이다. 제일 먼저 금토드라마를 시도했던 tvN의 경우 ‘금요 오후 예능’과 ‘주말드라마’ 편성 강화를 위해 ‘금토드라마’를 포기한 반면, JTBC는 지난 24일 ‘언터처블’을 선보이면서 꾸준히 라인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KBS는 금토드라마에 뒤늦게 뛰어든 케이스이다. ‘최고의 한방’으로 시작된 KBS의 금토드라마 라인업은 ‘최강배달꾼’ 그리고 ‘고백부부’를 차례로 선보여왔다. KBS가 금토드라마 라인업에 뒤늦게 뛰어든 이유는 시청률과 화제성, 상대적으로 취약한 금요일, 토요일 심야 프로그램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같은 KBS의 승부수는 나쁘지 않았다. ‘최강배달꾼’과 ‘고백부부’ 모두 높은 완성도와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고백부부’의 경우 7.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에 동시간대 1위 자리까지 거머쥐면서 진정한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MBC와 SBS는 갈수록 성적이 저조했던 주말드라마를 분해하고 합치는 작업을 선택했다. 토요일, 일요일로 편성됐던 ‘주말드라마’를 없애고, 대신 2회를 연속으로 방영하는 ‘토요드라마’와 ‘일요드라마’ 편성을 선보였다.
SBS는 2016년 방영됐던 ‘우리 갑순이’를 시작으로 ‘언니는 살아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의 작품들이 ‘토요드라마’라는 형태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MBC의 경우 ‘돈꽃’을 기준으로 툐요드라마와 일요드라마의 기준이 명확하게 나뉘었다. ‘돈꽃’ 이전 ‘밥상 차리는 남자’와 ‘도둑놈, 도둑님’ 또한 ‘토요드라마’ ‘일요드라마’의 조짐을 보였으나, 나뉨의 기준은 ‘돈꽃’부터였다.
‘돈꽃’의 김희원 PD는 편성시간대 변경과 관련해 제작발표회에서 “편성 변경은 갑자기 결정된 건 아니고 회사에서 계속 논의를 해왔다. 드라마 2시간을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은 결국 보기마련이다. 경쟁사인 SBS도 그랬는데 잘 보시질 않았나”며 “여러 생각을 하기 보다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상파가 브라운관을 장악하던 시대는 변했다. tvN을 필두로 한 CJ E&M 채널과 JTBC 등에서 높은 완성도를 지닌 작품을 연달아 발표, 성공을 거두면서 더 이상 과거의 명성에 기대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커졌다. 과거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