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원주민 학살, 수치의 역사" 눈물로 사과한 트뤼도 캐나다 총리

100여년간의 강제동화정책

"국가책임" 加정부 첫 공식사과

원주민 학생 학대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AP연합뉴스원주민 학생 학대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AP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원주민 강제 동화 정책의 하나로 100여년간 자행된 원주민 아동의 기숙학교 강제 수용과 그 학교에서의 차별·학대·문화말살 정책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공식적으로 첫 사과를 발표했다.

캐나다 CBC뉴스와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24일(현지시간) 래브라도 중부 해피밸리-구스베이에서 가진 연설에서 “우리 역사에서 어둡고 수치스러운 시기”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모든 이누·이누이트·누나투카부트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이들은 래브라도 기숙학교에서 차별받고 혹사당했으며 학대받고 무시당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지금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당신들에게 끼친 손해를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들이 잃어버린 언어와 전통을 다시 불러올 수도 없다. 가족과 공동체·문화로부터 고립됐을 때 느낀 외로움을 거둘 수는 없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모든 캐나다인이 원주민과 비원주민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다음 세대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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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을 읽는 트뤼도 총리의 코끝은 빨개졌고 끝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뒤에야 연설을 마칠 수 있었다. 트뤼도 총리에 이어 각 주정부에서도 이들에게 직접 사과할 계획을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1884년부터 지난 1996년까지 원주민 학생 15만여명이 가족과 공동체에서 분리돼 기숙형 학교에 들어가야만 했다. 학교는 국제그렌펠협회와 모라비안선교회 등의 종교단체가 정부 보조를 받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원주민 학생을 사회에 빠르게 적응시키겠다는 취지였지만 이곳에서 본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고유문화를 누릴 수도 없었다. 최소 학생 3,000명이 학교에서 사망했고 살아남은 학생들도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정책이 토착문화를 약화시킨 ‘문화적 대량 학살(genocide)’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2008년 스티븐 하퍼 전 총리가 원주민 차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당시 이 기숙학교 생존자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학교가 세워질 때 이 지역이 캐나다 연방 정부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기숙학교 생존자 1,000여명은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고 지난해 5,000만캐나다달러(약 427억8,300만원)를 받고 합의했다.

원주민 대표인 토비 오베드는 “기숙학교 생존자를 대표해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인다. 우리 중 몇몇은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 않지만 말이다”라며 “나는 이런 일(정부 사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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