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날 걱정 없고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부담하는 주거공간 확보에는 공공임대주택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재정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건설 재원은 임대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입주자 부담이 10~30%에 그친다. 나머지는 재정과 주택도시기금·사업자 등의 부담이다. LH가 130조 원의 빚을 진 것도 채산성이 떨어지는 임대주택 대량공급에서 비롯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내 100만 가구를 짓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45만 가구 건설에 그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재정 말고도 문제는 또 있다. 택지확보가 선결 요건이지만 임대수요가 있는 곳에 적절한 부지를 확보하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감사원이 연초 내놓은 임대주택 공급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3~2015년 경북은 임대주택 수요가 전남보다 2.3배 많은데도 공급은 전남의 절반에 그쳤다. 부지확보가 어려워 목표물량을 억지로 꿰맞춘 결과다. LH가 보유한 매입임대주택 7만여 가구 가운데 4%가 빈집으로 방치된 것도 같은 연유다.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의 경우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다면 택지확보는 불가능에 가깝다.
제2차 주택건설종합계획(2013~2022년)상 공공임대주택 수요는 200만 가구를 약간 넘는다. 그 절반을 5년 내 뚝딱 해치우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닥치고 공공임대 건설이면 십중팔구 자원배분의 왜곡을 낳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장밋빛 청사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