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 뉴스메이커] 美공화 '돈줄' 코흐형제…'타임'에 베팅한 속내는

메러디스에 6억弗 투자

28억弗에 인수 성공 견인

"메러디스, 편집·경영 영향력 無"

코흐인더스트리 성명 발표에도

"미디어 사업재편 노린 단순 투자"

"보수 색채 강화 위해"…분석 갈려

2815A11 타임02수정


“‘코흐 에퀴티디벨롭먼트(코흐 형제의 투자사)’는 메러디스의 편집과 경영에 전혀 영향력이 없습니다.” (메러디스 성명)

“우리는 모든 분야, 모든 산업에서 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건은 단순히 타당한 투자라고 생각해 이뤄졌을 뿐입니다.” (코흐인더스트리 성명)

미국의 출판·미디어그룹 메러디스가 26일(현지시간) 타임지·피플 등 세계적인 잡지를 보유한 미디어 회사 타임을 총 28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자 미국 정계와 언론의 눈은 일제히 두 사람을 향했다. 코흐인더스트리의 공동 소유주인 찰스 코흐 회장과 데이비드 코흐 부회장이다. ‘공화당의 돈줄’ ‘보수의 큰손’으로 불리는 이들이 계열사인 코흐 에퀴티디벨롭먼트를 통해 사실상 타임 인수자금으로 볼 수 있는 6억달러를 메러디스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흐 형제의 투자 목적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이다. 메러디스와 코흐인더스트리는 이번 인수에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고 즉각 선을 그었지만 코흐 형제의 그간 활동을 보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코흐 형제는 석유산업을 통해 쌓아올린 막대한 부를 보수주의 확산과 공화당 주요 후보들의 당선을 돕는 데 아낌없이 쏟아부어 왔다. 이들이 이끄는 공화당 기부자 모임인 코흐 네트워크는 내년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을 위해 최대 4억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카토 인스티튜트,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 건전한 경제를 위한 시민들(CSE) 등 주요 보수성향 시민단체와 싱크탱크의 운영자금도 코흐 형제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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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케어(ACA)를 대체하는 건강보험 개혁법인 ‘트럼프케어’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의회에서 좌초된 데도 코흐 형제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인 이들이 의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겠다며 배후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흐 형제가 이번 인수전에 선뜻 6억달러를 투자한 것은 메러디스의 사업적 성장성보다 타임지 장악을 통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23년 창간돼 100년에 가까운 전통을 지닌 유력 매체 타임지를 보수주의 이념과 정책을 좀 더 매력적으로 그리는 데 활용한다는 구상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투자가 미디어 산업 재편으로 투자수익을 거두려는 목적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흐 형제는 2013년에도 시카고트리뷴·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을 보유한 트리뷴컴퍼니 인수 의향을 타진하는 등 미디어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데이비드 채번 뉴스미디어연합 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억만장자들이 돈을 잃는 사업에 계속 자금을 쏟아부을 의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들은 똑똑한 사업가들이며 상업적 기회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부자 명단에서 코흐 형제는 485억달러의 재산가치를 인정받아 공동 6위에 올랐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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