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세부적인 주거복지 로드맵 공개를 앞두고 발표된 당정협의안은 주거취약 계층인 서민이나 청년·신혼부부를 위해 공공주택 물량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보다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청년층의 내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도입과 시세의 80% 수준으로 신혼부부가 입주할 수 있는 신혼희망타운도 눈에 띄는 방안 중 하나다.
정부가 발표한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 대상의 공공주택 100만가구(공공임대 65만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20만가구, 공공분양 15만가구 등)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85만가구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DC) 가입 국가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 공급 총량을 100만가구까지 늘려 주거취약 계층에 공급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해 이미 확보한 공공택지 외에 공공주택지구를 신규 개발해 부지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이미 공급된 공공택지들이 다 소진돼 주택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공공주택지구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택지 부족에 따른 주택수급 문제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킨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당정은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로 수요자 맞춤형 주택공급·지원 정책도 펼치겠다고 밝혔다. 만 39세 이하 무주택 청년들에게는 공공임대 13만가구, 공공지원 12만가구, 대학생 기숙사 5만가구 등 저렴한 소형 임대주택 30만가구를 공급하고 청년 수요에 맞춰 전월세자금 대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을 도입해 내집·전셋집 마련을 위한 저축을 지원한다. 신혼부부에게는 시세의 80% 수준으로 신혼희망타운 7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임대주택 등 지원대상도 현행 혼인기간 5년 이내의 유자녀 부부에서 혼인 7년 이내의 무자녀 부부와 예비부부까지 확대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혼부부는 청약가점제 비중 확대로 아파트 청약 당첨 기회가 멀어졌고 금전이 부족한 청년도 내집 마련은 당장 꿈 같은 얘기”라며 “정부는 이러한 주거취약 계층을 위해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과 지원책을 늘려 내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를 마련해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연금형 매입임대’ 도입이 언급된 점이 주목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령자의 주택을 매입·리모델링해 청년 등에게 임대하고 매각대금을 연금식 생활자금으로 고령자에게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택을 매각한 고령자에게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기존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운영하는 주택연금은 집주인이 은행에 담보 형식으로 주택을 맡기고 다달이 대출 형식으로 종신형 연금을 타는 방식이었는데 연금 수령자 사망 이후 경매 등을 통해 민간에 매각돼 공적활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영진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노령자가 보유한 노후주택을 이용해 공공임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이 없는 고령자의 생활자금 마련을 돕는 동시에 청년들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도 “기존 주택연금은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 위주로 담보를 잡아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했는데 연금형 매입임대 제도는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을 보유한 노령자들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령층의 자산 유동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