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이처럼 급락한 것은 지난해 10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태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모건스탠리 쇼크’는 SK하이닉스 등 여타 반도체 관련주와 전기·전자업종 전반에도 타격을 줬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의 이 같은 ‘한국 기업 때리기’가 과도하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한편으로는 ‘울고 싶을 때 뺨 때렸다’는 말도 나온다.
27일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사이클이 상승기에 접어들며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2016년 1월 이후로 120%가량 올랐다”며 “이제 2018년에 접어드는 지금 잠시 쉬어갈 때가 됐다”고 전했다. 특정 종목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의견’은 1년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흔치 않은 일인 만큼 모건스탠리의 이날 리포트는 충격이 컸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의 리포트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리포트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280만원으로 낮췄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빠져나갈 수 있게 했다. 시장이 예상보다 오를 때 목표주가는 400만원이고 시장이 약세일 때는 200만원이다. 상황별로 목표주가의 갭을 둔 것이다.
국내 증권가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경고등을 보며 개운치 못한 표정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해외 증권사의 보고서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의견과는 격차가 적잖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333만5,000원이다. 모건스탠리의 목표주가(280만원)와는 5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견도 상이한 편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타이트한 반도체 수급이 이어지면서 당분간은 반도체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덩치 큰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 한 편이 시장을 뒤흔드는 데 대해 “목적이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SK하이닉스도 올 2월과 10월 UBS·CLSA 등이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주가 급락을 경험한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외국인 비중은 각각 53.54%, 48.38%에 달한다. 주로 기관 비중이 높은 외국인 투자가들도 대형 글로벌 증권사의 리포트에 영향을 받는데 이번처럼 부정적인 투자 의견이 제시되면 두 회사의 주가도 휘둘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이번 주가 급락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건스탠리 보고서로 수급불균형이 빚어졌지만 낸드 업황이 내년까지는 괜찮을 것으로 전망되고 D램은 계속 상승세”라며 “수급 불균형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주가 급락을 틈타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도 눈에 띈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 3,539억원어치와 SK하이닉스 주식 62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가 실효성이 없지만 단골 타깃인 SK하이닉스를 흔들 수는 있다. 과거 UBS의 부정적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이를 전후해 하이닉스의 공매도 거래가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대차거래(공매도를 하기 위해 주식을 빌리는 거래) 잔액은 24일 기준 10조1,518억원으로 코스피 기업 중 가장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