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作 (1959~)

2915A38 수욜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관련기사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나무는 온몸으로 맨 앞에 서는군요. 수없이 갈라진 저 가지도, 바람에 나부끼는 저 잎도 제 삶의 최전선이로군요. 나무는 가지가 벋을수록 더 많은 정면과 맞서는군요. 우람해진다는 것은 더 많은 최전선을 갖는 것이로군요. 바람 잘 날 없는 가지들을 만들고 또 만들어 전선을 넓혀야 거목이 되는 것이로군요. 나무는 태풍과 홍수와 눈보라와 온몸으로 싸우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로군요. 온몸으로 살랑거리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꽃조차 피우는군요. 어제와 작별한 당신, 오늘도 춤추며 전선으로 가요.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