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속에서도 연말 아파트 분양 시장이 예년과 달리 달아오르고 있다.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대선과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시장 대책 발표 및 청약 시스템 개편, 긴 추석 연휴 등의 영향으로 미뤘던 아파트 분양 물량을 12월에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수 건설사들이 내년 새 주택담보대출 기준,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 정부의 추가 규제에 따른 아파트 분양 시장 위축을 예상하고 가능한 연내 분양에 나서려는 점도 연말 분양 시장을 달구는 요인으로 꼽힌다.
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는 12월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올해 월간 기준 가장 많은 4만3,513가구로 조사됐다.
전통적인 성수기로 분류되는 봄·가을보다 비수기인 겨울의 분양 물량이 더 많은 셈이다. 봄·가을의 분양 물량은 대선을 앞두고 있던 4월에 1만402가구, 8·2부동산대책의 여파가 남아 있던 9월 1만8,757가구, 긴 추석 연휴가 있었던 10월에는 7,385가구에 그쳤다.
올해 12월 분양 물량은 지난해 12월의 3만9,490가구보다 10%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결제원의 청약 시스템 개편으로 최근 일주일 동안(20~24일) 입주자 모집 공고가 제한되면서 이때 예정돼 있던 단지 중 상당수의 분양 일정이 연기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달 분양이 예정된 주요 단지로는 GTX 역세권으로 주목 받는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동탄역 롯데캐슬 트리니티,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 뉴타운의 첫 분양 단지인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 등이 있다.
모델하우스 개관은 12월1~22일 사이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됐던 겨울철에 분양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각종 행사가 많아 소비자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12월 마지막 주, 1월 첫째 주는 건설사들이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많은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특히 같은 지역에서 분양하는 단지의 경우 입지·브랜드·설계 등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중복 청약 신청이 가능하도록 당첨자 발표 날짜를 다르게 조정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중견 건설 업체 관계자는 “올해 분양 시장의 분위기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일정 지연에 따른 각종 비용, 내년부터 적용될 규제를 감안하면 연내 분양이 낫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처럼 분양 시장은 뜨거워지고 있지만 주목 받았던 일부 단지들은 연내 분양이 물 건너갔거나 불확실하다.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사업을 통해 짓는 아파트 단지는 올해 말 예정돼 있던 분양 일정이 내년 1월로 연기됐다. 기존 상가 소유자들의 반발 등으로 사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서울 강남의 주요 입지에 1,690가구에 달하는 일반분양 물량으로 주목 받는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3,800만~4,000만원 초반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시행이 임박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분양가 책정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이와 함께 하남 감일 지구의 하남포웰시티 등 다른 단지들의 분양도 내년으로 미뤄 지난 22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영등포구 신길동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이 올해 마지막 분양 아파트 단지가 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전북 전주 서신아이파크e편한세상, 서울 영등포구 당산아이파크퍼스티어, 롯데건설의 용인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 창원 롯데캐슬 프리미어 등은 연내 분양을 목표로 했으나 아직 일정이 유동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