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휴게소에서 반정(半程)을 지나 대관령옛길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면 외관이 독특한 화장실이 눈에 들어온다. 우주선 모양처럼 생겼다 해서 ‘우주선 화장실’이다. 이곳은 설계 단계서부터 스토리를 입혔다고 한다. 그 심오한 얘기는 이렇다. “우주선이 강원도를 지나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 있어 표류했는데 그 우주선이 그대로 화장실이 됐다”는 것이다.
지붕이 유리로 돼 있어 내부에서 하늘을 볼 수 있고 점멸등과 조명이 설치돼 야간에는 진짜 우주선처럼 보이니 스토리텔링이 아주 황당한 것만은 아니지 싶다. 이곳처럼 독특한 화장실은 전국 곳곳에 숨어 있다. 200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 부문 대상을 받은 경기도 이천의 덕평자연휴게소 화장실. 약 600㎡에 달하는 크기도 크기지만 최첨단 시설은 당시에는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
지열을 이용해 100% 냉난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세면대·변기 등이 자동감지센서로 작동되기도 한다. 접이식 유리문을 통해 볼일을 보면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그야말로 힐링 화장실이다. 2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화장실 문화는 이렇게 깔끔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변곡점은 1999년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출범. 이를 계기로 시민단체와 지자체·정부가 손을 잡고 화장실을 가꾸는 운동을 펼치면서 하나둘 변해갔다. 특히 2000년 아셈 정상회의, 2001년 한국방문의 해, 2002년 한일월드컵 등 큰 행사를 치르며 한국 화장실은 놀라운 변신과 함께 생활 속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외신에서 한국 화장실 변천사를 보고 ‘화장실 혁명’이라고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중국이 ‘니하오 화장실(칸막이가 없어 서로 마주 보는 화장실)’로 대표되는 열악한 화장실 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는 소식이다. 2020년까지 2조~3조원을 쏟아부어 6만4,000여 개의 화장실을 신설·현대화할 계획이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 “화장실 문제는 사소한 일이 아니라 문명 건설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대대적으로 ‘화장실 혁명’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니 지저분함의 대명사였던 중국 화장실이 앞으로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