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9일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우리 군의 대응이다. 군은 빠르고 입체적이며 집중적인 대응사격 훈련으로 북의 미사일 발사를 맞받아쳤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이 대응을 시작한 시각은 오전3시23분. 해군 이지스구축함에 탑재된 수직 발사관에서 해성-2 미사일이 치솟았다. 이지스함의 해성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거리 1,000㎞인 해성-2 미사일이 음속 이하 속도(아음속·亞音速)로 목표물에 접근하는 동안 육군 미사일사령부가 최고속도 마하5(음속의 5배)인 현무-2 탄도미사일을 쐈다. 곧이어 공군 KF-16 전투기에 탑재된 ‘스파이스-2000’ 복합무기가 투하됐다.
육해공군이 각각 발사한 이들 무기는 오전3시44분 동해상의 목표물을 동시에 때렸다. 동일한 종류의 화포로도 계산하기 어렵다는 ‘TOT(Time On Target·동시탄착)’ 사격을 육해공군이 별도의 무기체계로 이뤄냈다는 사실은 고도의 전술통합과 작전통제 능력이 발휘됐음을 의미한다. 공군의 이스라엘제 스파이스-2000 복합유도무기는 사거리 57㎞에 고성능 탐색기를 전방부에 달아 뛰어난 정밀도와 갱도를 부술 수 있는 파괴력을 자랑하지만 기본적으로 추진체가 없는 ‘활공폭탄’이어서 속도 계산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육해군의 미사일과 동시에 목표물을 맞혔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합동 정밀타격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군의 사전 정보수집과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북의 도발에 맞서 미사일 발사로 대응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지난 6월과 7월 한미 양국 군의 대응사격은 북한의 도발 하루 뒤에 진행됐다.
군의 즉각적인 대응은 9월15일 북한의 화성-12형 발사부터 시작됐다. 육군은 당시 3분 만에 현무-2 미사일 두 발(한 발은 실패)을 쐈다. 이번에는 육해공군이 합동 대응하면서도 불과 6분 뒤부터 통합전력을 투사했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이 포착되는 순간부터 공대지 무기로 무장한 전투기를 미리 날리고 육군과 해군의 미사일 전력에 비상대응 명령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진전된 작전을 펼친 모습도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느 때 같았으면 발사에 실패한 미사일을 또다시 쏘기가 어려웠을 상황에서 군은 몇 걸음 더 나아가 고차원의 통합 대응훈련을 실시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