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제조사의 주장보다는 더 많은 양의 유해물질을 배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는 30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담뱃갑 경고그림 시행 1주년 기념 담배규제 정책포럼’에 참가하는 스위스 산업보건연구소 오렐리 베르뎃 연구원은 29일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발표문을 통해 아이코스 배출성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아이코스는 담뱃잎을 태워 타르와 니코틴이 포함된 연기를 내는 일반담배와 달리, 담뱃잎을 분쇄해 만든 시트를 낮은 온도로 쪄서 증기를 내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전자담배다.
제조사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증기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이 한국에 판매되는 일반 궐련의 연기보다 평균 90% 적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독립 연구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유해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스위스 산업보건연구소 연구진은 아이코스 연기에 존재하는 주요 잠재적 독성 화합물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열분해 표지물질을 선정하고 아이코스와 일반 궐련의 배출성분을 비교했다.
연구결과, 아이코스에서는 국제암연구소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이 검출됐고, 아크롤레인과 크로톤알데히드, 벤즈안트라센 등의 유해물질도 검출됐다.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아이코스에서 배출되는 양은 일반 궐련 담배에서 배출되는 양의 74% 수준으로 제조사의 설명과는 배치됐다. 아크롤레인도 궐련 대비 82% 배출됐다.
또 아이코스에서는 상당량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됐고, 배출되는 니코틴 농도는 궐련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베르뎃 연구원은 “아이코스의 화합물 농도는 일반 궐련 대비 상대적으로 낮지만 위험이 완벽히 제거된 것은 아니라는 다른 연구와 일맥상통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젊은층과 금연 의향이 있는 흡연자 그룹에서 사용률이 높았다.
오사카 국제암센터 암역학부 타부치 타카히로 박사의 ‘일본 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 현황’ 포럼 발표자료에 따르면, 수년간 일본 국민 5천여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대 6%, 30대 5%, 40∼50대 4%, 60대 0%였다.
금연 의향이 있는 흡연자(19%)가 금연 의향이 없는 흡연자(10%)보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높았고, 비흡연자라고 답한 그룹에서도 1.3%는 아이코스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72%가 일반 궐련을 함께 사용한다고 응답해 높은 이중사용(Dual-use) 양상이 나타났다.
응답자의 12%는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연기)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고, 이 중 37%는 이로 인해 전반적 불편감, 눈 통증, 목 통증 등의 증상을 겪었다.
일본은 작년 10월 기준으로 세계 아이코스 시장의 98%를 차지하는 시장으로 아이코스뿐만 아니라 플룸테그(재팬타바코), 글로(브리티시아메리카타바코) 등 3종의 궐련형 전자담배가 판매되고 있다.
복지부 주최 담배규제 정책포럼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 코리아는 “오렐리 베르뎃 연구원은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자체적으로 제작한 실험 장비를 사용했다”며 “예를 들어 물질을 특정해 분석하는 ‘질량분석계’ (mass spectrometry)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코스에 일부 유해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며 “중요한 점은 아이코스의 유해물질은 일반담배보다 상당히 적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