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왼쪽) 영국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극우정당의 폭력적인 이슬람 비판 동영상을 리트윗하면서 혈맹 사이인 미국과 영국 간에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리트윗을 놓고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메이 총리를 겨냥해 “우리는 잘하고 있으니 영국 테러에나 신경 쓰라”고 반격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영국의 원외 극우정당 ‘영국 우선(Britain First)’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세 건의 동영상을 자신의 계정에 리트윗했다. 해당 동영상은 이슬람권 국가의 군중이 한 소년을 건물의 높은 곳에서 아래로 밀어 떨어뜨려 마구 폭행하는 장면과 이슬람 이민자가 목발을 짚은 네덜란드 소년을 폭행하는 모습, 이슬람권 남성이 성모 마리아상을 던져 깨뜨리는 모습 등 모두 이슬람에 대한 증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동영상을 올린 제이다 프랜슨 대표 대행은 4,400만 팔로워를 보유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올린 비디오를 리트윗한 데 반색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축복을! 미국에 축복을!”이라고 기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트윗에 CNN과 워싱턴포스트(WP), NBC 등 미국 언론사뿐 아니라 가디언과 BBC 등 영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영국 정치권의 비난 수위도 높아졌다. 영국 노동당의 데이비드 래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대통령이 파시스트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극단주의적인 증오단체를 옹호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더는 우리의 동맹이나 친구가 아니다. 당신은 우리나라와 나의 도시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영국 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메이 총리도 대변인을 통해 “‘영국 우선’은 거짓말을 퍼뜨리고 긴장을 촉발하는 증오 연설을 통해 사회를 분열시키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한 것은 잘못됐다”고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메이 총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나에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영국 안에서 벌어지는 파괴적이고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리즘에 집중하라.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