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전기전자 기업인 지멘스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헬스케어 사업을 상장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지멘스가 29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중 기업공개(IPO)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 지분 중 최대 25%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IPO 규모는 400억유로(약 51조6,000억원)로 독일에서는 지난 1996년 도이체텔레콤(130억달러·14조1,000억원) 이후로 가장 크다. 헬스케어는 지난 3·4분기 현재 지멘스의 9개 사업 가운 가운데 가장 많은 37억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지멘스가 프랑크푸르트 상장을 결정한 것은 지난해 11월 상장계획을 수립한 지 1년 만이다. 지멘스는 2014년 발표한 ‘비전 2020’의 일환으로 지난해 헬스케어 사업을 분리하고 상장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상장 주간사로는 골드만삭스·도이체방크·JP모건이 이미 선정됐다.
그동안 지멘스 헬스케어 상장지 후보로는 프랑크푸르트·뉴욕·런던·홍콩 등이 경합을 벌였으며 세계 최대 헬스케어 시장인 미국의 뉴욕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혀왔다. 하지만 뉴욕보다는 프랑크푸르트가 다양한 투자자를 보유해 아시아의 ‘큰손’을 접할 기회가 많은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영국의 금융기관들이 프랑크푸르트로 모여들고 있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으로 이어졌다.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멘스는 앞서 핵심 전력 사업에서 약 7,000명을 감원해 대중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FT는 이번 이사회 결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멘스가 국내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지 않으려면 프랑크푸르트를 선정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조 케저 지멘스 회장은 2013년 8월 부임한 뒤 비전 2020을 발표하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왔다. 지멘스의 재생에너지 부문은 스페인 풍력터빈 제조사인 가메사와 합병했으며 철도 부문은 프랑스의 알스톰과 합병해 파리에 상장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케저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절대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