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예상된’ 기준금리 인상에 회사채 발행 시장은 내년 금리 인상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에 민감한 일부 기업들은 내년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회사채 발행을 몰아서 진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은 내년 전체 회사채 발행을 상반기에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인상돼도 회사채 발행을 안 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내년 하반기 혹시라도 다시 한번 금리 인상을 할 수 있으니 불확실성 회피 차원에서 상반기에 몰아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한 대기업의 유통계열사 측도 “하반기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업들은 금리 인상이 예상된 이벤트라며 큰 동요 없이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라 큰 영향은 없다”며 “향후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관망하고 있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올해 회사채를 많이 발행한 다른 기업들도 어느 정도 예상한 올해 금리 인상보다 내년 금리 인상의 속도에 대해 관망하는 태도는 공통됐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인상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향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다소 온건한 자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시장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날 위원회에서 조동철 위원은 홀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반대했다. 일반적으로 만장일치 의견이 나오면 정책 기조가 지속되고 소수의견이 나오면 정책 속도가 다소 조절되는 경향이 있다.
증권사들도 분주하다. 내년 상반기 회사채 발행이 몰릴 것을 예상하며 벌써부터 영업전쟁에 돌입했다. 한 증권사 채권영업팀 관계자는 “올해도 그랬고 보통 상반기 회사채 발행이 집중되는데 내년은 금리 인상 기대로 이 같은 현상이 더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각 증권사들도 벌써부터 영업에 나서며 분주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중금리가 너무 높은 편이라 이날 금리 인상 결정으로 시장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높아진 시중금리까지 반영하면 캐리(보유) 매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