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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국민 80% 1년에 한번은 받는다는데...건강검진에 청진기를 대다

건강보험·직장 등서 무료검진 혜택

비용부담 줄고 암치료 개선 긍정적

20대 성인병 조기 발견 0.5% 그쳐

대상 늘리기식 의미없는 투자 대신

질적 수준·체감효과 높이기 나서야



2,760만4,000회.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받은 국가건강검진 횟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병·의원의 종합검진이나 교육부 주관으로 진행되는 학생검진 등을 포함하면 국민의 70~80%는 적어도 1년에 한 번꼴로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고 혈액을 뽑은 것이다.

혹시 이렇게 많은 숫자가 어디서 나온 건지 의아하다면 우리가 받았던, 그리고 앞으로 받을 국가건강검진 횟수를 세어보자. 직장인이라면 직업에 따라 연 1회 혹은 2년에 한 번꼴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일반 지역가입자들과 가입자들의 가족도 2년에 한 번씩 무료 검진기회가 있다. 일정 나이를 넘어서면 연 1회 혹은 2회꼴로 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등의 검진기회가 주어진다. B형 간염 등을 보유한 간암 위험군이라면 6개월에 한 번씩 간암 검사도 신청할 수 있다. 성인뿐 아니라 만 0세 영유아에게도 국가검진 기회가 주어지는데 만 5세까지 총 10차례다. 만일 올해 태어난 아이가 만 80세까지 현재 주어진 건강검진 기회를 모두 누린다고 가정한다면 일반건강검진만도 76차례나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암 검진을 포함하면 남성은 50회, 여성은 무료 100회 정도의 검진기회가 추가로 열린다.


이 정도라면 대한민국은 가히 ‘건강검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조직적인 국가건강검진 체계가 우리에게 남긴 긍정적 영향은 많다. 무엇보다 전 국민이 큰 비용 부담 없이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과거 건강검진은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들의 ‘혜택’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연말 무렵 삼삼오오 모여 가족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풍경이 익숙하다. 암 등 특정질병 치료가 극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정기적 건강검진과 지난 2005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암 검진 덕분에 국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990년대 40% 수준에서 2010년 이후 70% 수준까지 훌쩍 뛰었다. 정부의 오랜 관심과 투자가 국내 병·의원에서 실시하는 고급 건강검진을 의료관광의 핵심으로 꽃피웠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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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방을 위한 건강검진에 국가와 개인이 지나친 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핵심은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고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의료계에서도 잦은 건강검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통계를 봐도 일반 건강검진으로 당뇨·고혈압 등의 질환을 새로 발견한 경우는 20.8%에 불과하다. 연령대가 낮아지면 거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아 20대의 경우 유질환자 발생 비율이 0.5%에 그친다. 100명 중 1명이라도 질병을 발견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의료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쏠림 현상이 심화한다면 다른 분야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조기검진 실시 등을 통해 암 사망률 지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반대로 부상 등을 치료하는 외상 의료 질의 수준은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현행 국가건강검진에 대해 고마워하면서도 서비스나 질적 측면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개선해야 할 지점이다.

기대수명이 늘고 질병 예방 및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져만 가는 상황에서 대상 환자와 질환 범위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기만 하는 한국의 건강검진 체계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8년 6,000억원 규모로 지급된 국가건강검진비는 2016년 1조3,000억원으로 10년 사이 3배나 불어났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팍팍한 살림살이나 건강정보에 대한 무지 등으로 초보적인 감염병 증상을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과도한 상황”이라며 “무의미하고 잦은 정기검진에만 집중하기보다 증상이 생긴 후 병원을 방문해도 질 높은 진단·치료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체계를 추구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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