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용 드론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제주 지역도 하루 안에 애프터서비스(AS)서비스를 해드립니다”
이경석(사진) 보성 대표는 3일 인천 남동공단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값싼 중국산 드론 제품이 잠시 농업용 드론시장을 장악할 수 있지만 결국 농민들의 마음을 얻는 건 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이웃주민처럼 제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라며 이같이 밝혔다. 농민들을 농업용 드론을 한 대 더 팔아야 하는 시장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고객으로 삼고 신뢰를 쌓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보성은 1978년 다이캐스팅 제조업체로 출발, 2008년 무선모형헬기 브랜드 ‘빔(Beam)’을 론칭하며 업종을 전환했다. 2015년까지 국내외에 무선모형헬기 1만5,000대를 생산하며 무선조정(RC)헬기 제조업체로 자리 잡았다.
보성은 RC 헬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한 끝에 2014년 농약 살포용 방제드론인 ‘아티잔’을 개발했다. 한화테크윈은 보성의 드론 제작 기술과 생산시설을 높게 평가해 2015년 말 협력을 제안했고, 농업용 드론 100대를 공동 제작했다.
이 대표는 “아티잔은 탈부착이 편리한 카트리지 방식으로 개발한 살포용 농약 용기를 기체 중앙에 달아 비행안정성을 강화했다”며 “한화테크윈도 이런 기술을 높이 평가해 농업용 드론 공동개발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상 본체 중앙이 비면 진동이 생겨 드론의 핵심장치인 비행통제(FC)에 영향을 미쳐 추락하는 게 다반사지만 아티잔은 연구개발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농업용 드론 시장은 지난해 값싼 중국산 드론이 물 밀듯이 들어오며 시장을 내줬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DJI는 국내 농업용 드론의 75%를 장악하고 있다.
농업용 드론을 신성장으로 삼고 제품 개발에 열을 올렸던 보성 입장에서도 타격이 컸다. 시장 점유율은 2위를 지켰지만 값싼 중국산 드론의 물량 공세를 막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이 때 이 대표의 머릿속을 스친 것이 틈새시장인 ‘관계형 서비스 강화’였다.
이 대표는 “DJI는 시장 장악에만 몰두한 나머지 AS를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며 “실제 전남 지역의 한 농가는 몇 달이 지나도록 드론을 고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회사들의 물량 공세 속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고민했다”면서 “24시간 안에 전국 어디든 달려가서 우리 제품을 고쳐주는 관계형 서비스 강화가 우리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보성은 현재 FC를 제외한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 중이다. 긴 비행에 필수인 배터리의 효율을 극대화한 모터도 개발했다. 내년 중에는 한화테크윈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FC까지 직접 생산, 농업용 드론을 100%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보성의 남동공단 공장에는 드론 제작의 모든 공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FC 부품 개발이 완료되면 국내에서 최초로 100% 국산화에 성공한 농업용 드론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