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예산안이 통과 법정 시한인 지난 2일을 넘기면서 주요 국정과제 추진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이달 중 발표를 앞둔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수립에도 차질이 생겼다. 경제정책 방향은 성장률 전망을 비롯해 내년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 경제정책 방향은 예산을 기초로 짜기 때문에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은 현재 상태로는 밑그림을 그릴 수 없다. 정부는 또 이달 중순 주요 구조조정 기업 방안을 다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을 열 계획이었지만 예산안 처리에 기재부의 모든 역량이 국회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애초 계획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자칫 예산안 처리가 더 지연되거나 이 과정에서 일자리안정자금·공무원 증원 등 새 정부 핵심 국정과제가 대폭 후퇴하면 일자리 확대나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영세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의 경우 애초 계획이 틀어질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영세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 비용 부담에 못 이겨 인상된 만큼 최저임금을 못 줄 경우 무수한 범법자를 양산할 수도, 많은 해고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새 정부 국정과제 1호인 일자리확대는 공공부문부터 제동이 걸릴 경우 민간 부문 확대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안 통과 법정 시한이었던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이 확정돼야 준비할 수 있고 일자리 안정자금, 아동수당 등 새로운 사업도 할 수 있고 부처도 준비를 차질없이 할 수 있다”며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예산 집행이 늦어지는 만큼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지난 3·4분기 전기 대비 1.5% ‘깜짝’ 성장을 이끈 주역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었다. 1.5% 중 3분의1 정도인 0.4%를 재정이 맡을 정도로 경제성장에서 재정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한편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기재부 예산실과 세제실 등 직원들이 느끼는 피로도도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2일 통과를 예상하고 지난 한달간 국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세종시에 살고 있는 직원들은 여의도 인근 숙박업소에 머물며 국회로 바로 출퇴근했고 사무관들은 자료를 만드느라 밤샘작업을 하기 일쑤였다.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예산이 감액될 때는 꼭 필요한 이유를 제시하느라, 갑자기 증액 요청이 들어오면 적절한지 판단하느라 하루 종일 국회에 매달려 있었다”며 “예산안이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 없어져 개인스케줄도 다 미뤄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예산안 처리가 빨라야 4일에야 진척될 상황을 보이면서 기재부는 담당 직원들에게 3일 하루는 집에서 대기한 뒤 4일 다시 국회로 출근할 것을 지시했다. 이런 직원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는 듯 김 경제부총리도 “오늘(2일) 끝날 것으로 생각하며 버텨왔는데 (직원들에게) 눈물 나올 정도로 고맙고 미안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