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2013년 세계 37위였던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올해 54위까지 떨어졌다. 최근 3년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뒤 한국을 떠나 실리콘밸리로 간 고급 인력도 11명에 달한다. 힘들게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같은 질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탓이다.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도 적은 월급 때문에 먹고살기가 빠듯하니 해외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운 좋게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나을 게 별로 없다. 전공이나 취향과는 전혀 다른 업무를 맡거나 실력은 뒷전인 채 학연·지연·혈연부터 따지는 모습에 자긍심은커녕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 하는 자괴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일자리를 안에서 걸어 잠그고 실력보다는 연줄이 척도인 사회가 이들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고급 두뇌 유출을 애국심으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작정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낡은 구조를 바꾸고 구태에 물든 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 연줄 아닌 능력이 평가의 최우선 기준이 되는 인사 시스템을 만들고 철밥통이 통하지 않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에 투자하는 기업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인재는 고국보다 꿈이 있는 나라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