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우량 中企에만 지원 '우르르'...'선택 편의'에 빠진 정책금융

국회 예정처 '보신주의' 지적

산은 중기대출 '온렌딩'

신생기업 비중 반토막

자금 미회수 70% 달해

구조조정 지원도 비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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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미래 산업 육성 차원에서 유망 중소기업이나 신사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들을 지원해야 할 정책금융은 여전히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중소기업 대출 프로그램인 산업은행의 온렌딩 대출 중 5년 미만의 신생기업에 집행된 비중은 4.5%에 불과한 반면 전통적인 산업군에 속한 기업의 구조조정에 투입했던 수조원의 혈세는 70% 이상 회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택 편의’에 빠진 정책금융의 보신주의 실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3일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은행형 금융 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사업 분석’에 따르면 산은의 중소기업 온렌딩 대출 중 업력 5년 미만의 신생기업에 집행된 것은 지난 2010년 9.0%였지만 올해는 상반기까지 4.5%로 반토막이 났다. 2010년 총 3조2,011억원의 대출 중 신생기업에 2,873억원이 지원됐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4조6,355억원 중 2,107억원만 지원을 했다. 반면 업력 20년 이상의 안정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2010년 31%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49%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기업으로의 대출 집중도도 높아졌다. 온렌딩은 총 15개의 신용등급 중 6~11등급 중기를 타깃으로 하는데 신용도가 높은 편인 6~8등급 기업에 집행된 대출이 올해 상반기까지 전체(4조6,335억원)의 67.9%(3조1,454억원)에 달했다. 비중은 2010년 57.1%였지만 꾸준히 올라 70%에 육박했다. 온렌딩 대출은 산은이 채권을 발행해 돈을 조달한 후 은행 등 중개금융기관에 저리에 자금을 공급하고 은행들이 지원 대상 기업을 선별해 돈을 지원하는 간접 대출 제도다.


이는 정책금융기관·은행들의 전형적인 ‘보신주의’로 평가된다. 섣불리 업력이 짧은 기업에 대출을 해줬다 손실을 보면 감사원·은행 내부의 지적 등으로 몸을 사리게 된다. 결국 혁신적인 스타트업에는 제대로 된 지원이 안 되고 ‘좀비기업’의 연명 수단만 될 수 있다. 예정처는 이를 두고 금융의 ‘선택 편의(selection bias)’라고 표현했다. 예정처는 “정책금융은 유망 중기이지만 시장에서 대출을 못 받는 ‘시장 실패’를 보완해야 한다”며 “산은·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은행형 금융 공공기관은 대출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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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자금지원 실태도 심각했다. 예정처는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번 이상의 ‘기업평가’를 단행한 26개 기업에 산은이 5조5,398억원을 신규로 지원했지만 올해 1월 현재 3조9,260억원(70.9%)이 아직도 회수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평가는 산은 등 채권단이 구조조정 진행 중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경우 기업의 계속가치와 청산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이다. 예정처는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수은도 2010년 워크아웃 개시 이후 2015년 5차 경영정상화 방안까지 총 1조9,821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성동조선의 계속기업가치·청산가치 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경영정상화 목표 시기도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문제가 된 기업에 계속 유동성을 지원해 기업 구조조정에 장애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이 망했을 때의 대량실업 등 파장을 우려해 계속 혈세가 투입됐고 결국 경제 전체의 체질 개선 지연 등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산은·수은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며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판단할 때 기업과 해당 산업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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