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출판시장 움직이는 SNS의 힘!

■교보문고 2017 베스트셀러 결산

SNS언급 횟수 판매량에 큰 영향

'언어의 온도' '82년생 김지영'등

입소문 타며 뒤늦게 톱3 진입

팔로워 많은 작가들 출간 늘고

유튜브·페이스북 등서 활동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활용 마케팅도



#올 한 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나에게 고맙다’(허밍버드 펴냄)는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SNS)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전승환 씨가 5년간 매주 100만명의 구독자들에게 전했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SNS로 고정 독자를 확보한 책의 위력은 대단했다. 출간 1년 만에 100쇄를 돌파했고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서 오르내리며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지난 8월 출간된 지 1년도 더 된 ‘명견만리’ 시리즈는 판매량이 급증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휴가를 떠난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누구에게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말한 게 도화선이 된 것이다. 교보문고에서는 평소 판매량이 하루 70여 권에 불과했던 이 책은 하루 만에 100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고 올해 종합베스트셀러 29위를 차지했다.


SNS가 출판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출간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책들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순위 역주행에 성공하고, 전 씨처럼 SNS에서 다수의 팔로워들을 확보한 헤비 유저들의 책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SNS가 신규 독자 확보를 위한 주요 마케팅 채널로 떠오르면서 최근에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활동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도서 마케팅도 각광을 받고 있다.

4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2017 연간 베스트셀러 및 결산’에 따르면 ‘언어의 온도’(이기주 지음, 말글터 펴냄)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 ‘자존감 수업’(윤홍균 지음, 심플라이프 펴냄) 등 올 한해 가장 많이 팔린 1~3위 도서 세 권은 모두 역주행에 성공한 책들이다. 특히 ‘언어의 온도’는 출간 6개월 후부터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뒤늦게 탄력을 받더니 지난 7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가 출간된 몇 주를 제외하곤 1~3위권을 유지했다.


SNS의 입김으로 베스트셀러 순위가 뒤집힌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5위를 차지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지음, 마음의 숲 펴냄) 7위를 차지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김신회 지음, 놀 펴냄) 등 감성 에세이는 SNS 포스팅을 통해 자주 노출되며 도서 판매로 이어진 대표적인 케이스다. 또 에세이 분야 8위에 오른 ‘너의 안부를 묻는 밤’은 손으로 쓴 문장을 SNS에 연재하던 지민석·유귀선 저자가 인기 포스팅을 모아 낸 책으로 출간과 동시에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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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관계자는 “에세이 분야 도서들은 SNS에서 언급된 횟수와 판매량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언어의 온도’는 해시태그 게시 건수가 5만6,000건 이상이었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등 주요 도서들은 1만건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용서 판매가 주를 이루며 독자 수가 급격하게 줄었던 에세이·시 분야가 최근 들어 약진한 배경도 SNS가 꼽힌다. 감성을 자극하는 짧은 글귀나 시구를 SNS로 공유하는 이들이 늘면서 시와 감성 에세이를 찾는 독자들도 늘어난 것이다. 심보선, 정호승, 이병률 등 스타 시인들의 시집이 출간되면 독자들이 이를 SNS에 공유하고 새로운 독자가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시 분야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힘입어 올해 시·에세이 분야는 16%(판매액 기준) 성장했다.

SNS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많은 팔로워를 확보한 헤비 유저를 저자로 유치하거나 저자들의 SNS 활동을 독려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또 신간을 출간할 때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열정에 기름붓기’ ‘책읽찌라’ ‘겨울서점’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북튜버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책의 발견성이 서점의 매대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발현됐다면 지금은 SNS,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영화, 친구의 입소문까지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SNS 파워 유저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활용해 책을 소개하는 전략은 이미 모든 출판사들이 활용할 정도로 일반화됐다”고 설명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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