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SE★인터뷰] 김호창 “‘달콤한 원수’로 악역 도전…헬스장서 등짝 맞았어요”

배우 김호창은 생각보다 목소리가 근사했다. 김호창의 대표작 중 하나인 tvN 드라마 ‘푸른거탑’이나 최근에 출연했던 SBS 아침드라마 ‘달콤한 원수’에서 들려주었던 날카로우면서도 다소 톤이 높은 목소리와 크게 달랐던 것이다.

목소리가 좋다며 놀라워했더니 “이 목소리가 원래 목소리”라고 말한 김호창은 “드라마 속 목소리는 배역에 따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김호창은 ‘달콤한 원수’에서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마마보이로 신분상승을 꿈꾸며 5년간 내조해준 오달님(박은혜 분)을 내버린 얄미운 악역 홍세강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동생이자 ‘달콤한 원수’의 최대 악녀 홍세나(박태인 분)를 끔찍하게 아끼다 보니 그녀의 악행을 막기 보다는 함께 도와주다가 죄를 지었지만, 그럼에도 홍세강은 ‘미워할 수 없는 못된 놈’으로 때로는 극의 갈등축을 또 때로는 웃음을 선사는 신스틸러로 활약을 펼쳤다.

“모든 촬영을 무사히 잘 끝마쳐서 좋아요. 7개월 동안 홍세강이라는 인물로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하고 좋았고, 많은 선배들께서 조언을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죠. 홍세강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이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최대한 저를 캐스팅해주신 감독님이나 작가선생님, 그리고 저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김호창은 홍세강을 연기하면서 책임감이 남달랐다고 고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달콤한 원수’을 통틀어 가장 먼저 캐스팅 된 배우가 바로 김호창이었던 것이다.

“감독님으로부터 홍세강을 먼저 캐스팅을 하고 주연을 캐스팅을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믿음에 대한 배반은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임했죠. 지난 7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는데 마음고생 몸 고생을 많이 했던 작품이었어요. ‘달콤한 원수’으로 4계절을 보냈는데, 정말 제게 있어 소중한, 손에 꼽히는 다섯 작품 중 하나가 ‘달콤한 원수’예요.”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달콤한 원수’를 연출한 이현직 PD나 백영숙 작가에게 캐스팅의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호창은 “안 그래도 물어봤다. 그랬더니 홍세강 역을 캐스팅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연기가 나쁘지 않으면서 주연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젊은 배우를 찾다보니 제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고 하시더라”고 답했다.

“감독님께서 제게 ‘이 역할이 자기가 봤을 때는 잘 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심지어 작가님이 생각하는 (홍세강 역의) 세 명의 후보 중 하나가 저였는데 제가 일 순위였다고 해주셨어요.(웃음) 작가님도 감독님도 만장일치로 의견이 통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작가님께서 제게 극 중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홍세강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러면서 ‘악행은 미운데 연기하는 캐릭터는 밉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시더라고요. 쉽지는 않았어요. 자칫하면 마냥 나쁘거나 또 중심을 잃으면 마냥 실없이 가볍게 그려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중심을 잡기 위해 특히 신경 써서 연기를 했어요.”

김호창은 ‘달콤한 원수’를 촬영함에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으로 ‘한강에 빠지는 신’을 꼽았다.

“저는 한강 물이 그렇게 정화가 안 돼 있는 줄 몰랐어요. 한강에서 수영하시는 분들에게 ‘한강에서 수영하시는데 탈 안나세요?’라고 물었더니, 그분들께서 피부 알약을 두 알을 먹고 한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한강에 빠지는 장면을 찍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물을 정말 많이 먹었어요. 그때 더운 날이어서 한강에 녹조가 있었던 때였는데, 촬영 직후에는 몸이 너무 진득진득 하더라고요. 촬영이 끝나고 나니 몸에 두드러기가 났었어요.”

홍세강을 연기하면서 김호창은 안방극장의 미움 아닌 미움을 받기도 했다. 혹시 음식점에 가서 등짝을 맞은 경험은 없느냐고 했더니 “평소 식당에 자주 가지 않는다”고 말한 김호창은 대신 헬스장에서 겪은 일화를 털어놓았다.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홍세강이 초반에 갈등을 유도하는 인물이다 보니 이리저리 종횡무진 했죠. 달님이를 보면 ‘너 밖에 없어’라고 하고 엄마 앞에서는 ‘찡찡’ 회사에서는 멋있는 척, 뒤에서 바람도 피우고…인물 자체가 사건 사고가 많더라고요.(웃음) 어느 날은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제 등을 때리는 거예요. 놀라서 봤더니 어떤 아주머니께서 ‘으이고 진짜 내가 너 잡혀갈 줄 알았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 SNS에 나쁜 말들을 쓰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새벽에 ‘딩동’ 하고 알람이 와서 보면 홍세강 이야기가 댓글에 달렸더라고요. 하하”


앞서 언급했지만 김호창의 낮고 울리는 목소리는 근사했다. 억지로 꾸미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동굴 목소리는 분명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목소리 톤임에 분명했다. 배역을 위해 목소리를 꾸민다는 김호창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연기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저는 지금 할 수 있는 연기에 최선을 다 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관련기사



“드라마 처음 시작할 때 주인공들과 연기를 하면, 감독님들로부터 ‘뷰포인트가 주인공이 아니라 나에게 간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저를 보고 목소리를 바꿀 수 있겠냐며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증명할 자신도 있어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드라마는 배우가 알아서 만들어 가는 부분도 존재 한다’는 점이에요. 배우가 똑똑하지 못하면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아요. 현장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영화 현장과는 달리 드라마는 매주 방송이 되다 보니 빠르게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존재하거든요. 하루에 찍는 장면도 많아요. 그렇기에 이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서는 똑똑해야 한다는 점이죠. 저는 드라마에서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인정을 받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언젠가 대중들 앞에서 제 목소리로 진지한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호창은 열심히 사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물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열심’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김호창은 연기 뿐 아니라 연기학원의 원장으로서 학원을 운영하면서 부지런히 살고 있었다.

“다작을 진짜 많이 했어요. 제가 역할을 가리고 할 처지는 아니잖아요. 이미지를 만들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비록 미흡하고 부족할 수는 있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제 나름의 것들을 갖춰가는 중이에요. 연기학원을 운영한 것도 이 같은 부분에 대한 연장선 중 하나에요. 생계의 문제도 있지만, 연기공부를 좋아하기도 했고 남을 가르치는 것이 저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동물적인 연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보고 듣고 반응하는 것은 기본이죠. 순간적으로 집중해서 하는 연기는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나이가 먹을수록 자기만의 아집과 고집이 생기고 ‘연기의 필터링’이 생기면서 연기가 변하기도 해요. 그렇기에 그럴수록 기초적인 연기를 분석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대구에 있는 극단에 무작정 들어갔던 고등학생 김호창은 학교(포항)와 극단(대구)을 오가면서 그렇게 연기를 배워나갔다. 포스터 붙이기와 청소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무대 연기를 배워나간 김호창은 서울에 있는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조금 더 본격적인 연기를 펼쳐나갔다. 연기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나온 길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연기의 길을 선택한 것에 후회한 적은 없었냐는 질문에 김호창은 웃으면서 “어느 순간 돌이켜 봤을 때 너무 멀리 왔더라. 새로 시작하기에는 겁이 났었다”고 말했다.

“연극을 할 때 정말 돈이 없었어요. 제가 연극을 하면서 술과 담배를 끊었는데, 그 이유가 진짜 ‘살기 위해서’였어요. 김밥이 한 줄에 천 원을 하고 담배가 천 원대였던 시절, 김밥 두 줄을 먹을까 아니면 담배를 사서 피울까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결국 밥을 포기하고 담배를 피웠는데, 빈속에 담배를 피우니 속이 남아나겠어요? 한 갑을 피고 났더니 머리가 핑 돌더니 그대로 기절을 했어요. 정신 차리고 공연장에 가서 연기를 하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배는 고픈데 머리도 아프고, 한심하기도 했죠. 어떻게 됐든 연기를 마치고 나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담배부터 끊어야겠다’였어요. 단순히 ‘건강 챙기기’가 아니라 목숨이 달린 생존의 문제다보니 자연스럽게 끊게 되더라고요.”

아침드라마만 연속으로 3편에 출연한 김호창은 정말 쉬지 않고 바쁘게 달려왔다.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일에 매진했던 김호창은 ‘달콤한 원수’가 끝나면서 오랜만에 휴식이 주어졌다. 쉬는 동안 뭐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김호창은 고향인 포항에 내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랜만에 고향을 내려가서 집도 얼마나 망가졌나 확인한 이후 보수하는 걸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최대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에요. 그리고 만약 조금 더 시간이 된다면 힐링을 위한 여행을 가고 싶어요.”

휴식이 오랜만이라고 말을 한 김호창은 정말 연기에 대한 욕심이 적지 않은 배우였다. 그런 그에게 혹시 다음에 하고 싶은 연기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진짜 못된 악역을 하고 싶어요. 섹시한 악역도 좋고 정말로 나쁜 악역도 좋아요. 사실 악역의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그 어떤 종류의 악역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영화에도 많이 도전해보고 싶어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