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저글러스: 비서들’에서는 좌윤이(백진희 분)가 사내 불륜녀로 오해 받고 YB 영상사업부 상무 남치원(최다니엘 분)의 비서로 일하게 되는 장면이 그려졌다.
좌윤이는 전 상사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남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보필하는 만능비서로 활약하려 했다. 전 상사의 내연관계 처리까지 도맡아 했던 좌윤이는 남치원의 사생활을 파악해 놓으려 했다. 그게 보스의 수족기능을 완벽하게 하는 참된 비서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혼 등 과거의 아픔으로 남과 얽히기 껄끄러워하던 남치원은 그런 비서가 영 거슬렸다. 필요 이상 과할 정도로 들러붙고, 과하게 업무에 참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치원은 철저히 윤이의 호의를 무시하는가 하면,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남치원이 “비서는 동석 안합니다”라고 냉대하자 좌윤이는 ‘비서’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좌절했다. 자신의 가치관을 완벽하게 비틀어버린 남치원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다 남치원은 야근하던 와중에 좌윤이에게 뜻밖의 저녁식사를 먼저 제안했다. 좌윤이가 호텔에서 상사 부인에게 내연녀로 오해 받아 끌려 나가다 구두를 잃어버린 얘기를 꺼내자 남치원은 “그 일 나와 상관없는 일인데 내가 알아야 합니까?”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 때 다친 무릎, 괜찮아요?”라고 앞서 자신의 차량에 부딪힌 좌윤이를 걱정하더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굽 높은 구두는 안 신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남들 보는 눈 때문에 그럴 필요 없어요. 굽 3cm 정도 단화를 신으세요. 그 딱딱거리는 굽 소리가 듣기 거슬려서 그래요”라고 말했다.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몇가지 지켜달라던 남치원은 “잘 웃는 건 좋은데 이유없이 실실대는 거, 사람 실 없어 보입니다. 보는 입장에 따라 기분 나쁠 수도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라고 좌윤이의 비즈니스 미소를 지적했다.
이어 “수시로 노크하는 거 자제해 주세요. 호출 전에는 함부로 내 방에 출입하지 말고. 고객센터 직원도 아니고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굉장히 귀찮고 부담스러워요”라고 말했다.
남치원이 “비서들한테 나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고 다니는 것 같던데 뒷조사 당하는 기분, 굉장히 유쾌하지 않아요. 그럴 시간에 본인 업무 파악이나 자기개발에 집중하세요”라고 하자 좌윤이는 “제 업무의 대부분은 상무에 대해 잘 알아야 할 수 있어요”라고 억울해했다.
하지만 남치원은 “왜 좌윤이 씨가 나에 대해 다 알아야 하죠? 비서들은 원래 다 그런 건가요?”라며 좌윤이에게 다른 부서를 알아보라고 했다.
이 말에 좌윤이는 눈물이 맺힐 수밖에 없었다. 그간 스스로 철칙으로 삼고 해왔던 비서로서의 배려와 노력들이 한 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남치원의 비서로 일한 지 단 하루만에 이 같은 평가를 들은 좌윤이는 속상함을 넘어 자존심이 상해 분노가 차올랐다.
하지만 남치원이 했던 말들을 곱씹어보면 꽤 합리적인 독설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남의 불륜사를 굳이 캐묻는 것도 웃긴 노릇이고, 필요 이상으로 높은 구두 신기와 미소 짓기 등 그릇된 관례를 꼬집음으로써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남치원의 속뜻은 “그럴 시간에 본인 업무 파악이나 자기개발에 집중하라”는 표현, 에필로그에서 울고 있는 듯한 좌윤이에게 몰래 손수건을 던져주는 행동으로써 드러난다. 남치원은 지극히 사무적이고 딱딱한 화법 때문에 차갑고 까칠한 캐릭터로 보이기 십상이다.
이제 다음주 방송에서 그의 이면과 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이혼 후 새 집을 찾고 있는 남치원이 좌윤이네 집으로 우연찮게 들어가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로 역전하기 때문. ‘비서와 보스’의 갑을 포지션이 새롭게 뒤바뀌면서 남치원이 어떤 비굴함과 일상의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따른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