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다솔(28·사진)이 피아노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에 도전한다. 김다솔은 7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 무대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의 첫 무대를 연다. 금호아트홀이 베토벤(1770~1827) 서거 19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오는 2020년까지 4년에 걸쳐 선보이는 특별 기획 시리즈 ‘베토벤의 시간’의 일환이다. 김다솔은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소나타 1번과 13번, 11번과 28번을 연주한다. 그는 2020년까지 여덟 번의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완주할 계획이다. 김다솔은 에피날 피아노 콩쿠르 우승, ARD 국제콩쿠르 3위 등의 이력을 보유한 연주자다.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다솔은 “관객들이 ‘연주자 김다솔’보다 ‘작곡가 베토벤’에 집중할 수 있는 공연으로 꾸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으로부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도전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너무 기뻤고 두 말 않고 해야 할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며 도전 이유를 설명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베토벤의 일생과 서양음악사의 흐름이 응축된 걸작 중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베를린필하모닉의 초대 상임지휘자를 지낸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를 피아노의 신약성서라고 칭한 바 있다. 그동안 슈만과 슈베르트 등으로 호평을 받아온 김다솔이 베토벤으로만 구성해 독주회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14년 뉴욕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매끄럽게 소화했고 올해 3월에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을 포함한 프로그램으로 워밍업을 끝냈다.
7일 열리는 첫 공연의 레퍼토리로 베토벤 소나타 1번과 13번, 11번과 28번을 선택한 것에 대해 김다솔은 “베토벤의 다양한 면모를 골고루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토벤이 살아생전 만든 피아노 음악들은 같은 작곡가가 쓴 곡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풍부한 색채와 특징을 담고 있어요. 베토벤의 피아노 음악을 초기·중기·말기로 나눴을 때 처음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들이 골고루 베토벤의 색깔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초·중기 음악에 해당하는 1·11·13번과 말기 음악인 28번을 같이 묶었어요.”
김다솔은 14일 두 번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회를 가진 뒤 연말께 거주지가 있는 독일 베를린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이후 독일 라이프치히게반트하우스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내년 상반기 미국 투어 공연에 나선다. 음악가로의 꿈을 묻자 의외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는 소박한 답이 돌아왔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듯 다니면서 공연하는 것이 어릴 적부터 품은 꿈이었어요. 평생 지금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여러 나라의 관객들과 무대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몸과 정신이 늙지 않도록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야겠지요(웃음).”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