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脫원전 뚫고 21조 英원전 따냈다] 원전 종주국도 인정한 韓기술력...체코·사우디서 추가 수주 청신호

■한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가 선정에 유리하게 작용

컨소시엄 통한 자금조달·리스크 최소화가 수주 관건



한국전력이 21조원의 영국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것 외에 또 다른 큰 의미가 있다. 세계 최초로 상업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한 원전 종주국인 영국에 원전을 수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원전 기술력을 세계가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6일 “한전의 무어사이드 사업 참여가 확정되면 한국 원전이 선진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원전 수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탈(脫)원전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한전의 해외 수주길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원전을 짓지 않는 나라가 원전을 수출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한전이 가져온 낭보는 우수한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특히 이번 수주전에서 한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에는 건설을 잠시 멈췄던 신고리 5·6호기가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건설이 재개된 점이 유력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건설 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과 신고리 5·6호기 원전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이 좋은 발전소”라며 “영국은 한국의 원전 기술력을 이미 잘 알고 있고 탈원전 정책이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원전은 일본 도시바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원전 개발사 뉴젠이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에 2025년까지 총 3.8GW 용량의 원전 3기를 짓는 내용이다.


영국 수출 원전 후보는 한국형 신형 모델인 APR 1400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4GW급의 이 모델은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했으며 UAE에 수출된 모델이기도 하다. APR 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는 지난 10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 이미 유럽 수출길을 확보한 상태다. EU-APR 표준설계는 APR 1400을 유럽 안전기준에 맞게 설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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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환익 한전 사장은 “현지 관계자가 APR 1400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실무진끼리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최종 수주까지 남은 과제는 영국 측과의 협상, 그리고 자금조달 방안이다. 경영 여건이 악화된 이유가 컸지만 도시바가 사업을 포기한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컸기 때문에 한전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영국과 꼼꼼히 협상하고 손익을 따져야 한다.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이 공사에 섣불리 뛰어들 수 없는 리스크 요인들이 많다”며 “뜻하지 않은 데서 공사비가 증가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을 막는 장치를 통해 한전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사업자가 건설비를 조달하고 완공 후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어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자금 조달 능력이 한전 수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한전 중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로 사업의 틀을 짜고 있다. 필요한 재원은 수출금융기관 3사(社)를 중심으로 하는 대주단을 통해 조달한다. 또 영국 정부의 지분 참여 확대를 요구하고 공기 지연에 대한 사업비를 선반영하는 등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수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180억달러에 달하는 사업비의 재원 조달 방안도 큰 줄기가 잡혔다. 정부 가안에 따르면 우선 금융주선 126억달러 중 70억달러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을 통해 조달한다. 남은 금액은 영국 인프라사업청과 미국 수출입은행, 일본 국제협력은행 등을 활용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전은 사업자 조달금액(54억달러) 중 22억달러를 책임진다. 한국 민관합동수주단과 영국 정부 등이 지분 매입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세종=강광우·박형윤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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