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등 뜨거운 이슈가 많았던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예산지출 규모가 당초 11.3%(정부안)에서 9.5%로 줄었다. 확정된 총지출 규모는 63조1,554억원이다. 야당에서 과도한 복지예산 증가 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영향이다.
부문별로는 국회에서 오히려 증액된 사업도 있다. 특히 어린이집 영유아보육료 예산이 912억원 올라 가장 많이 증액됐다. 내년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민간·가정어린이집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어린이집 시설에 지원하는 ‘기본보육료’가 21.8% 늘었다. 지난 2011~2014년은 동결이었고 2015년 3%, 2016년 6%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상 폭이다.
민간어린이집 교사의 처우가 좋지 않고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지만 민간에 대한 지원을 마냥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이집 원장 등이 정부지원금을 부당하게 쓰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고 어린이집에 지원을 늘려도 서비스 질이 향상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 지원을 크게 늘리는 것이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인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민간에 지원하는 보육료를 부모에게 직접 지원해 수요자가 보육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보육지원 방식을 부모 직접지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는 국회에서도 단골로 지적되는 것이다.
민간 지원은 늘었지만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줄어들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30억원 축소됐다. 정부가 민간어린이집의 서비스 질 한계 등을 고려해 국공립어린이집을 대폭 늘리겠다고 한 것을 고려하면 예산이 늘어나도 부족할 판에 깎인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역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는 아동수당 신설과 기초연금 인상에 들어가는 예산을 각각 3,913억원, 7,171억원 삭감했는데 이는 시행 시기를 늦춘 영향이 컸다. 아동수당은 시행 시기가 내년 7월에서 9월, 기초연금 인상은 4월에서 9월로 늦어졌다. 자유한국당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이들 복지가 시행되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미룰 것을 강력히 요구한 탓이다. 이를 두고 재정절감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복지 확대를 기다린 시민들의 실망감만 높인 결과만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말 재정 건전성을 기하고 싶었다면 인상액수 조정 등이 바람직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