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유로] '잘못된 만남' 유로존…'현명한 이별' 필요한 때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열린책들 펴냄





체급은 경기자의 체중에 따라 나눈 등급으로 격투 시합이나 역도 등에 사용된다. 애초 힘은 체중과 속도의 곱이기 때문에 더 무거운 몸무게를 가지고 있으면 펀치력과 내구력이 압도적으로 강해져, 몸으로 밀어붙여도 상대를 누를 수 있게 된다. 이를 막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도입한 게 체급이다.

유로는 이 체급을 무시한 채 같은 경기장에 모든 유로존 국가를 몰아넣었다. 인구 8,000만의 제조업 강국 독일과 관광업을 제외하고 변변찮은 산업이 없는 그리스는 국가의 체급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는 그리스의 모든 자본을 독일로 빨아들일 뿐이었다. 게다가 독일은 최근까지 최저임금제가 없었으며 경제를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해 1990년대 수준으로 임금을 낮추려고 했다. 독일은 무역흑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했고 남은 돈을 스페인 등 다른 유로존 국가에 돈을 빌려줬다. 이는 유로존 전체를 독일 경제에 종속되도록 만들었다.


유로존은 고정된 환율과 단일 이자율을 가진다. 이를 통해 환율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환전 비용이 없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유로는 경기 침체에 직면한 국가가 다룰 수 있는 세가지 방법인 ‘낮은 이자율’, ‘낮은 환율’, ‘재정 정책’이라는 메커니즘 중 앞 두가지를 제거해버렸다. 저자는 2008년 당시 유로존에 묶인 국가들이 아무런 손도 쓸 수 없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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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트로이카의 긴축 프로그램은 위기 국가를 더 궁지로 몰아넣었다. 트로이카는 위기 국가들에 돈을 빌려주며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을 강요했는데 위기 국가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재정정책’이란 도구도 빼앗은 것이다. 저자는 트로이카의 정책이 채무국의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닌, 채권국의 은행과 투자자들이 한 푼도 손해 보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자 채무국의 흑자를 어떻게든 쥐어짜 빚을 받아내려는 정책이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잘못된 결혼을 유지하는 것보다 이혼이 나은 것처럼 유로존을 해체하고 ‘그리스-유로’, ‘키프로스-유로’, ‘독일-유로’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방법이 지금 유럽의 연대 수준에서 고정 환율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 강조한다. 2만5,0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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