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판 TV 코미디쇼 SNL(Saturday Night Live)이 지난 주말(2일) 공개한 뮤직비디오 한 편이 인기 영상으로 떠올랐다.
SNL ‘시얼샤 로넌 편’에서 소개된 이 영상은 할리우드 여배우 시얼샤 로넌과 개그우먼 세실리 스트롱, 케이트 맥키넌, 에이디 브라이언트 등이 함께 부른 ‘Welcome to Hell(지옥에 온 것을 환영해)’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공개된 뒤 5일 만에 46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정치 풍자로 유명한 이 쇼에서 이만한 규모의 조회수를 얻은 영상은 지난 미 대선 시절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도널드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풍자 시리즈 등 이후로 처음이다.
[영상] SNL이 풍자한 여성들의 성범죄 폭로 러시 |
이 영상이 뜨거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지난 9월 미국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거물급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에 탄력 받아 여성들이 자신이 겪거나 본 성범죄를 폭로하는 해시태그 ‘미투(#Metoo)’ 운동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은 당시 와인스틴에게 당한 애슐리 주드·귀네스 팰트로·앤젤리나 졸리 등 피해 여배우들이 실명으로 이를 언론에 공개하자 여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당신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미투’라고 써달라.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 문제의 규모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후 단 하루 만에 약 50만 건의 트윗이 이어졌고 정치·문화·스포츠계 할 것 없이 광범위한 폭로가 뒤따랐다. 미국 3대 공중파인 NBC의 간판 앵커 맷 라우어(60)는 여성 동료를 성추행하기 위해 책상 아래에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버튼까지 달기도 했다. 그는 이 폭로 때문에 해고됐다.
앨 프랭컨 민주당 상원의원, 존 코니어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 유명 정치인들의 성추행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영화 ‘록키’의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도 30여년 전 10대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경찰청 보고서가 나오는가 하면, 미국 클래식 거장 제임스 레바인 음악감독의 30년 전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소 15명의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사실을 폭로당하고 명예 훼손 등으로 고소를 당했다.
미국 시사지 타임(Time)은 6일(현지시간) 2017년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들은 우리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도록 독려했다. ‘거부의 혁명’을 통해 집합적 분노로 최고경영자와 실력자를 쓰러뜨리고 유명인의 명성을 떨어뜨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