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18·롯데)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8시즌 개막전인 효성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을 제패하는 기염을 토하며 ‘특급 새내기’의 활약을 예고했다. 신인의 개막전 우승은 KLPGA 투어 사상 최초다.
10일 베트남 호찌민의 트윈도브스GC(파72·6,45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3라운드. 최혜진은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쳐 2타 차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박결(21·삼일제약), 서연정(22·요진건설), 임은빈(20·볼빅)이 나란히 8언더파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대표 출신 최혜진은 2017시즌 KLPGA 투어에서 6월과 8월 아마추어 신분으로 2승을 거둔 무서운 여고생이다. 올해 US 여자오픈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말 프로로 데뷔한 뒤로는 남은 5개 대회에서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프로 우승’까지는 6개 대회면 족했다. 벌써 투어 통산 3승째다. ‘괴물’로 불렸던 김효주(22·롯데)를 연상케 하는 행보다. 미국 무대에서 뛰고 있는 김효주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2년 한국과 일본 투어 대회에서 1승씩을 올린 뒤 10월 프로로 전향, 그해 12월 KLPGA 투어 2013시즌 두 번째 대회였던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을 우승했다. 이어 2014년에는 5승을 거둬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개막전에서 1억4,000만원의 든든한 밑천을 확보한 최혜진은 사실상 투어 경력을 시작하는 2018년 신인왕은 물론 상금과 대상 등 주요 타이틀의 유력 후보임을 증명했다. 이로써 골프팬들은 첫 단추를 단단히 끼운 최혜진과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대세’ 이정은(21·토니모리)의 2018시즌 화끈한 대결을 기대하게 됐다.
최혜진은 이번 대회 첫날부터 공동 선두에 나서며 기대를 부풀렸다. 2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선두 빠린다 포깐(23·태국)에 5타 뒤진 공동 4위로 내려갔지만 도약을 위한 후진에 불과했다. 이날 전반에는 1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변곡점은 11번홀(파4)이었다. 페어웨이 왼쪽에 워터해저드가 있어 많은 선수가 고전한 곳이지만 최혜진은 역전극의 서막으로 만들었다. 포깐의 앞 조에서 경기하며 3m 버디 퍼트를 떨군 최혜진은 이 홀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며 2타를 잃은 포깐과 공동 선두를 이뤘다. 최혜진은 12번(파4) 버디에 이어 13번홀(파4)에서는 그린 바깥에서 친 10m 가량의 칩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2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선 이후 이렇다 할 위기상황 없이 정상고지를 밟았다. 최혜진은 “내년 목표는 신인왕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스타트가 좋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열심히 하면 좋을 것 같다”며 기쁨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017시즌 태국 투어 상금 1위 포깐은 4타를 잃고 공동 5위(7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해 KLPGA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 본선까지 오르기도 하는 등 한국 무대 진출을 꿈꾸는 포깐은 ‘코리안 드림’을 미뤄야 했다. KLPGA 투어는 3월 한 차례 더 해외에서 대회를 치르고 4월부터 본격적인 대장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2017시즌 ‘지현 시대’를 이끌었던 김지현(26·한화)과 김지현(26·롯데), 오지현(21·KB금융그룹)은 나란히 공동 8위(6언더파)로 대회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