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민간인 댓글부대(사이버 외곽팀)’를 운영하며 정치 활동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관련자들이 법정에서 일제히 혐의를 부인했다.
외곽팀 활동은 대체로 적법했고 국정원 수뇌부의 지시에 따른 조직적 범행이 아니라는 취지다. 사이버 외곽팀을 직접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국정원 심리전단 중간간부 장모씨 측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외곽팀 활동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에는 정치 활동, 선거개입 활동과는 무관한 것도 포함돼 있다”면서 “외곽팀에 활동 대가로 지급했다는 18억7,900만원 중 절반가량은 장씨가 팀을 떠난 후 후임자가 집행한 것으로 장씨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다만 2013년 원세훈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등 사건 1심 재판에 나와 위증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 “당시 기억이 분명하지 않아서 증언하게 된 점을 참작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씨와 함께 기소된 국정원 직원 황모씨 측도 “상관의 지시에 따라 26년간 주어진 업무를 한 공무원에 불과하다”면서 “직접 외곽팀을 계획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의 요청에 따라 조직적인 외곽팀 운영에 나선 것으로 조사된 국정원 퇴직자모임 ‘양지회’ 관계자들도 혐의를 부인했다. 양지회 회장을 지낸 이청신씨 측은 “원 전 원장을 포함해 국정원 어떤 사람으로부터도 범행 요청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고, 국정원 연계 활동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장씨 등 국정원 직원 2명은 원 전 원장 시기인 2009∼2012년 다수의 사이버 외곽팀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시글이나 댓글 등을 온라인에 유포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양지회 간부 출신 등 3명과 외곽팀장 5명 등은 국정원의 불법 정치관여 활동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양지회 퇴직자들을 활용해 댓글공작에 나서라는 특별 지시를 내린 혐의 등이 드러나 추가 기소됐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