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기업을 알아야 하고 기업을 알려면 리서치를 강화해야죠.”
36년 증권맨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퇴임 인터뷰의 시작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매일 봤던 시세표가 지겨울 법도 한데 신 사장은 인터뷰 도중에도 시세 차트를 확인하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오는 15일 퇴임을 앞두고 만난 신 사장의 표정은 밝았다.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는 말처럼 신 사장은 리서치 연구원으로 시작해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르며 우리 증시와 역사를 같이했다.
퇴임을 며칠 남겨 놓지 않았지만 신 사장은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증권사가 코스닥 기업에 대한 리서치를 확대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향후 연기금이 코스닥시장에 투자할 때 기업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증권사 리서치 기능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스닥 기업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평가하는 증권사 리서치 기능이 더 중요하다”며 “증권사들이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리서치 인력을 코스닥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발간된 투자종목 리포트는 4,266건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3,000건의 리포트가 발행된 것과 비교하면 3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기업별 평균 리포트 건수 역시 코스닥 상장사 3.4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건으로 5배가량 차이가 났다.
리서치에 애착이 강한 신 사장은 코스닥 리포트가 증권사에 수익이 되지 않는 만큼 코스닥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사장은 “증권사 입장에서 리서치센터에 스몰캡(중소기업 평가) 인력을 확충하지 않는 것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코스닥 리서치 인력을 연구개발(R&D) 투자로 보고 세제 혜택을 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지난 2014년 8월 IBK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30여년을 증권사 리서치 분야에서 일한 ‘베테랑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환율·금리·유가 등 다양한 경제변수를 바탕으로 시장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고수’로 꼽혀왔다.
신 사장은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들이 공익적 측면에서 노력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국가 경제가 잘돼야 투자자금도 늘고 증권사 수익도 늘어난다”며 “증권사들이 코스닥 활성화 등 정부 정책에 발맞춰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 재임 기간에 IBK투자증권은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코넥스 상장, 스타트업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을 주도하는 등 중소기업 성장 촉진을 위한 업무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