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윤곽 잡아가는 가상화폐 규제] 신규 투자 막아 거래소 '고사'... 규제 강도는 부처 이견

뚜렷한 법근거 부재속 15일 TF 격론 예고

가상화폐업계는 "소비자 자유 침해한다" 반발

[금융당국 규제공언에도 비트코인 ‘꿋꿋’]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한 외국인이 비트코인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전날 금융 규제당국 수장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현·선물 거래에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지만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금융당국 규제공언에도 비트코인 ‘꿋꿋’]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한 외국인이 비트코인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전날 금융 규제당국 수장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현·선물 거래에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지만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추가 투자자 유입을 막는 조치로 ‘신규 입금 금지’나 ‘미성년자 이용 제한’ 등을 검토하면서 사실상 장기적으로 거래소 폐쇄까지 염두에 둔 초강력 조치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는 현실화 여부를 떠나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추가 피해를 막고 주부나 고등학생 등 손실위험을 모른 채 투자에 가세하는 분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풀이된다. 200만명이 뛰어들어 거대한 투기판이 된 국내 가상화폐 거래시장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12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사회병리화’ 발언 이후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사행성 투기’로 접근하고 있다. 더구나 가상화폐 규제 태스크포스(TF)를 법무부가 주도하면서 강경규제 도입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 입금 금지 조치는 신규 투자자의 유입을 막을 조치로 풀이된다. 가상화폐 투자를 하려면 빗썸이나 코인원 등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에 가입한 후 은행으로부터 발급된 가상계좌를 받아야 한다.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은행에서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투자자는 입금을 할 수 없게 돼 투자를 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규제가 도입되면 정부는 시중은행의 가상계좌를 차단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8월 말 NH농협은행·국민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해킹 사고가 발생해 거래소에 발급해오던 가상계좌를 전면 해지한 적이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가상화폐를 투기·사행성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를 폰지 사기로 보고 불법으로 규정하면 투자자의 입금을 막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당국이 시중은행에 가상계좌 해지 협조를 요청하면 법적 근거를 떠나 이를 거부할 은행이 없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산업은행은 내년 1월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여러 관계부처가 규제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거래소에 투자자가 입금을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라며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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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추가적인 투자세력 유입을 막기 위해 미성년자 가입 제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거래소는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가입은 허용하지만 본인인증을 통해 출금 등의 거래를 막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 등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들이 ‘비트코인으로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주변 얘기에 혹해 직접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청소년 거래 제한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측은 “거래 금지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미성년자 거래 금지도 한 방법”이라며 “민법상 행위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로 문제가 생겼을 때 취소가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신규 자금 유입을 제한하면 기존에 거래소에서 활동하던 투자자들은 사실상 고립될 수 있다. 다만 미성년자 거래를 금지할 만한 법적 근거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은 나온다.

하지만 법무부 주도하에 각종 규제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가상화폐 규제를 두고 정부 부처 간 엇박자도 심해지는 양상이다.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TF를 주도하는 법무부는 이미 가상화폐 거래 전면 금지안을 담은 규제 초안을 정부 관련 부처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5일 열리는 TF 첫 회의에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타 부처와 법무부 간 가상화폐 규제 수위를 두고 격론이 예상된다. 실제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보고 불법으로 규정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는 허용해주자는 입장이다. 기재부도 블록체인 기술 개발 등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전면 거래 금지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좀 더 현실적인 규제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법무부의 강경 입장에 목소리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특히 금융 당국은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주도권을 잃고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정부의 강경 입장에 자율규제 강화 등의 목소리를 내보지만 정부의 강경론에 밀리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빅3 가상화폐 거래소로 구성된 블록체인협회 준비위는 내부 이해관계에 따라 잡음이 새나오는 등 제대로 된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장은 “법적 근거 없이 거래를 막는 것은 소비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가상화폐 거래소를 등록제로 운영하면 투자자들이 옥석을 가리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협회 준비위는 정부 TF 회의 첫날 자율규제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내용은 자금세탁 방지와 시세조종 금지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서지혜·김민정·조권형기자 wise@sedaily.com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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