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과 우체국 등에서도 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일부 금융사가 과점하고 있는 판매 시장에 ‘메기(새 판매처)’를 풀어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진하고 이로써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을 다시 공모펀드로 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자산운용시장을 개선해 최근 가상화폐나 바이오 테마주 등 투기적 수요에 몰리는 개인투자자의 돈을 비교적 안전한 간접투자로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사모펀드는 은행·보험 등 다른 금융업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지만 고액으로 가입을 한정하고 있어 일부 고액자산가들만의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에 대해 자산가와 투자 전문가를 위한 특화 시장으로 별도의 육성책을 세웠다. 전문사모펀드 운용사(전문사모운용사) 영위를 위한 자본금 기준을 현재보다 절반으로 낮추고 사모펀드(PEF) 운용사로의 전환도 자유롭게 허용해 벤처 활성화까지 도모한다. 자본시장이 모험자본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자산운용시장 발전방안을 13일 발표했다.
우선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우정사업본부와 인터넷은행, 농협이나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이 인가를 받으면 펀드 판매가 가능하도록 길을 텄다. 현재 펀드 판매시장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상위 10개사가 점유율 50% 이상 과점하는 구조에 ‘가격 차별성이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우정사업본부나 인터넷은행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로 펀드를 판매할 수 있어 펀드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과 금융위의 심사를 거쳐 펀드 판매업 인가를 획득한 뒤 곧바로 펀드 판매에 착수할 수 있으며 내년 안에는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상호금융기관의 경우 지난 6월 북서울농협이 펀드 판매 인가를 따냈고 현재 6개 기관이 예비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또 대면 상담과 투자 권유 과정이 생략돼 아무래도 비용이 덜 들어가는 온라인 펀드와 주식처럼 상장돼 거래되는 탓에 판매 보수가 없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대폭 늘려 기존 펀드 가입 비용을 ‘동반 하락’시키기로 했다.
펀드 투자자의 안정성 확보 정책도 추진된다.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표준 간이투자설명서’를 마련하고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판매 보수가 비교적 낮은 클래스로 전환 가입이 가능한 제도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다. ‘펀드 판매 계열사 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해 계열사의 펀드 판매 규모는 현행 연간 50%에서 25%로 줄여나간다.
자산가를 위한 사모펀드 시장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우선 전문사모운용사의 최소 자본금을 기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절반이나 낮추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선다. 2015년 전문사모운용사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자본금 기준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자 이후 1년 만에 전문사모운용사가 100개나 늘었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증가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별도 등록절차 없이 PEF로 전환할 수 있도록 역시 자본시장법을 바꿔 벤처·혁신기업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