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사건 사고의 중심에 섰던 조덕제가 본연의 직책인 배우로 돌아온다.
내년 설에 개봉하는 ‘고(故) 김주혁의 유작인 영화 ‘흥부’(조근현 감독)으로 첫 스타트를 한다. 이어 영화 3작품, 드라마 1작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덕제는 “아직 크랭크인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일정이 나오면 작품명을 말씀드리겠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일명 ‘조덕제 사건’은 2015년 4월 조덕제가 영화촬영 중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채 A씨의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진 건. 조덕제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기했으며, 성추행은 물론 감정과잉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의에 손을 넣었다는 것은 사실무근, 증인이나 증거도 없음을 재판부도 인정했음을 근거로 들었다.
1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한 조씨는 영화계에 자체 진상조사를 요청,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15일 오후. 조덕제는 경기도 남양주 모처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나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만나기까지 구체적인 상황, 영화인 조덕제와 인간 조덕제의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배우 조덕제와의 일문일답이다.
Q.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2018년 영화 ‘흥부’로 돌아온다.
A. 조근현 감독이랑은 영화 ‘26년’을 찍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2심 재판 중에 찍은 영화다. 제 분량이 편집 없이 나온다는 건 저도 최근 기사를 통해 알았다. 주연도 아닌데 제가 그런 말을 인터뷰해서 말하기도 그렇지 않나.
Q.조근현 감독이랑은 최근에 만났나?
A. 최근에 이뤄진 ‘흥부’ 후시 녹음 때 만났다. 감독님이 연락하셔서 자기는 전혀 그 사건에 대해서 (2심 결과)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 하셨다.
Q. 연말을 앞두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협회) 측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8년엔 영화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조덕제 배우를 볼 수 있나?
A. 영화 감독님들 3분 정도가 연락을 주셨다. 내년에 3작품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 드라마도 1편 정도 거의 결정된 상황이다. 1월달에 구체적으로 일정들이 나올 듯 하다. 그 때 또 말씀 드리도록 하겠다.
공식적으로 협회 분들이 ‘연기해라’고 이야기해 주신거고, 그 분들이 제작사 대표니까 영화할 때 꼭 출연시켜달라고 말하고 싶다. ‘제가 할 만한 역할이 있으면 시켜주십시오’ 라고.
Q. 법정 싸움을 해온 3년간 배우 조덕제는 어떻게 지내왔나
A. 늘 사건 기록을 보는 하루 하루였다. 변호사와의 이야기가 절반이었다. 처음엔 법을 잘 모르기도 했고 억울한 마음에 보다보니 사건 기록을 잘 못 읽었다. 하지만 내 문제가 걸린 사안이니 어쩔 수 없이 봐야했다. 그 사이 아는 분과의 작업을 극 소수로 했다. 어떻게 아는 분이 출연해달라고 제안을 주셔서 시나리오를 보면, 기분이...이게 마치 군대 갔을 때 화생방 훈련 하고 난 뒤 마시는 시원한 공기 같은 그런 기분이 들더라.
Q. 그동안 무엇보다 연기에 목말랐겠다.
A. 많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대본을 볼 기회가 생기면,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새삼 행복한 일이란 게 느껴지더라. 제가 좋아서 시작한 배우 일이다. 또 저에게 계속 압박을 준 재판기록을 보는 게 안타까웠으니까.
대법원 판결을 위해 변호사 분이 차근 차근 준비하고 계시다. 이 사건에 대한 검증은 협회에서 해주실 거라 믿는다. 저는 정말 제가 3년 동안 굶주리고 목마르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던 작품을 하면서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리는 게 목표다.
Q. 그동안 배우로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제작사 측에서 몸을 사리면서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지 않은건가? 배우 쪽에서 먼저 거절한건가?
A. 캐스팅이 결정되면 계약서를 쓰게 된다. 계약서 조항에 배우가 재판중인 걸 이야기해야 한다는 게 있다. 그 부분을 속이고 할 수 없다. 제가 아는 분은 작은 역할이라도 해라. 괜찮다고 하셨다. 하지만 3번인가 계약서를 쓰다가 ‘무슨 사건인데’ 라고 물어보시더라. 제가 이야기를 하면 ‘사건 끝나고 하셔야겠다’며 어렵겠다고 하시더라.
그 다음부터는 제작사에 내 프로필을 낼 수 없었다. 연락이 오는 캐스팅 디렉터 쪽에선 그 사건을 미리 말씀 하시라고 했다. 하지만 미리 말씀하면 캐스팅 되기가 힘들었다. 간간히 아는 분들 통해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2심이 예상과는 달리 유죄로 나오면서 내 어떤 행동도 그들에게 피해가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2심 유죄 결과가 나오자 마자 여성단체에서 유죄환영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논점을 흐리는 교묘한 기사들도 났다. ‘막돼먹은 영애씨’ 드라마도 그렇고, 제가 할 예정이었던 영화도 그렇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빠졌다.
Q. 2심 재판 내내, 또 2심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더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
A.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엔 피해자, 가해자란 말을 쓰면 안 된다. 하지만 2심 재판 내내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받았다.
이제 협회에서 나섰으니, 영화계에서 검증을 해 주셨으면 한다. ‘조덕제 네가 연기가 아닌 성추행을 했다’고 판단을 하시면, 제재를 가하고 ‘넌 영화를 더 이상 하지 마’ 라고 결정을 내려주시면 된다. 그렇게 결정이 나면 제가 영화를 하면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영화인들의 판단을 훨씬 더 신뢰하고 있다. 그래서 말씀을 드렸고, 다행히 그런 조짐이 보였기 때문에 일임을 했다.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을 일단락했으면 한다.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민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셨음 한다.
Q. 1심 결과와 2심 결과가 왜 전혀 다르게 나왔다고 보나.
A. 1심 땐 17번의 공판이 진행됐다. 수십 명의 증인이 오고 갈 정도였다. 시간을 들여서 저희가 한 건 영화 현장의 특성을 알려주는데 집중했다. 스태프들을 증인으로 세워 현장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2심에 와선 3번의 공판으로 끝났다. 횟수가 달라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증인도 전혀 무관하게 나왔다. 당시 영화 감독에게 증인 신청을 2번이나 요청했지만 2번 다 나오지 않았다. 2심때 사건과 관련된 사람은 전혀 안 나왔으니까.
Q. 조배우 입장에선 여배우의 진술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점은 무엇인가
A. 1심에서 가장 큰 문제가 여배우 진술이 오락가락 했다는 점이다. 2심에서는 굉장히 정리가 된 상태로 나왔다.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다음에 진술이 점점 더 구체화가 된다는 게 이상했다. 법률적으로 봤을 땐 받아들여질 수 없는 부분 아닌가. 오히려 최초 진술이 뚜렷해야 맞다고 보지 않나. 재판에서 진실을 말한다기 보다는 뭔가를 정해 놓고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Q. 여배우가 거짓말을 하든 과장스럽게 이야기를 하든, 그날 현장에서 뭔가가 있었던 건 분명한 것 아닌가? 란 의견들도 있더라.
A. 가장 정확한 건 본인이 알 거라고 본다. 제가 상대의 속 마음까진 확인 할 수 없다. 그 전에 했던 말들로 유추 할 수 밖에 없다. 변호사 말에 따르면, 일단 여배우는 기본적으로 이 영화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노출을 무척 꺼리는 배우니까.
Q. 여배우는 15세 관람가 영화로 알고 찍었다고 밝혔다.
A. 19금 영화에 극도로 예민하다면 그런 영화를 안 하겠다고 하면 된다. 혹시나 여배우가 미리 시나리오를 안 받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한지 1년 된 사람이 봐도, 아니 영화를 한번도 안 해본 사람이 봐도 15세 영화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남녀 주인공이 40세 중후반의 유부남 유부녀이다. 이들이 동창회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는 내용이다. 불륜 이야기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15세 관객이 볼 이유가 없다. 그 내용에서 베드신이 분명 있었고, 그 영화에 15세 아역 배우가 나오지도 않는다. 대부분 40대 중 후반 캐릭터이고, 30대 다른 여배우와 남배우가 나와서 (공사를 하고)전라 노출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 시나리오만 봐도 ‘15세가’ 영화란 게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또한 이 영화가 15세 버전이랑 19세이상 버전 2가지로 찍는다는 걸 여배우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Q. 2심 결과가 나온 뒤, 여성 공대위(여성영화인모임 등 12개 단체로 이뤄진 여배우 A씨 측 공동대책위원회)측은 조배우를 향해 ‘연기가 아닌 성폭력입니다’ 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A. 1심 결과 무죄가 나온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2~3주만에 공대위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에겐 전화한통 해서 물어보는 게 없었다. 제가 아쉬운 건 여성 단체 쪽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토로만 하면 들어준다는 점이다. 저한테도 한번 물어야 하는데,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그 포럼 영상을 보니, ‘상대측 남성에게도 물어봤습니까?’란 질문이 나오더라. 그런데 그 분들은 ‘우린 그런 것 물어보지 않습니다’고 답하더라. 그 영상을 보고 놀랐다. 그러면서 한쪽 이야기만 듣고 재판에까지 관여해 재판 결과를 뒤바꿔버렸다. 한 쪽 이야기만 듣고 행동을 하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 아닌가. 힘의 논리에 의해 바꿀 수 있다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것 역시 생각해야 한다. 영향력 있는 곳이라면 사건을 더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 분들이 그렇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겠죠.
Q. 사건의 진실여부는 대법원에서 밝혀줄 것이다. 어찌됐든 여배우A씨랑 얽히면서 인간 조덕제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여배우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
A. 세상이란 게 상식이 있고 양심이 있지 않는가. 이 세상을 혼자 사는 게 아닌 같이 살아가는 게 맞는게 아닌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주장을 할 때도 있고 협의를 하기도 하잖아요. 모든 걸 자기 위주로 보고 행동하고 살 수는 없다. 제가 생각하는 상식선에서 봤을 때 이 사건이 이렇게 얼굴 붉어질 일이 아니다. 사람이 촬영장에서 기분 나빴다고 가정을 파괴시킬 수 있나. 툭 부딪쳤다고 상대의 인생을 해할 수 있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Q. 가정을 안정시켜야 하고, 배우 조덕제로서의 삶을 건강하게 지켜가야 할 일이 남았다.
A. 대법원 결과가 2~3년 이상 걸린다고 하더라. 하늘만 쳐다보고, 또 사건 기록만 쳐다볼 수 없다. 저도 제 인생이 있다. 재판으로 끝나는 게 아닌 전 제 인생 전부인 배우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 3년 가까이 재판을 하다보니, 가정이 말이 아니다. 저희 아내도 마찬가지다.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안정을 시켜야 한다. 아직은 저의 뜻을 알아 주시고 힘을 보태주시는 국민들, 팬들이 계셔서 힘을 얻고 있다.
배우 인생 22년만에 팬이 생겼다. 팬이란 게 무엇인지 전혀 모른 채 살아왔던 사람이다. 얼마 전 빼빼로데이에 장갑을 선물 받고 눈물이 나더라.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성장해 나가서 그 분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는 것. 그게 바로 그 분들에 대한 보답인 것 같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