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되는 KBS1 ‘다큐공감’에서는 ‘사랑하는 나의 엄마 제주 여자 김복희傳’ 편이 전파를 탄다.
“인생 보따리 풀어내면 소설책 한권 쯤 나온다”
그래서 여기, 평범한 딸이 한평생 평범하기만 했던 엄마의 자서전을 쓰겠다고 한다.
인생의 황혼기인 일흔의 나이. 제주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물질해서 평생 일만 하고 살아온 보통의 여인.
먹고 살기 바쁜 세월을 살아서 내 마음 돌아보는 것조차 사치였던 우리 시대 부모님처럼 일흔의 김복희씨는
뼈 빠지게 일 한 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 했지만 일흔의 긴 인생역정을 돌아보니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더없이 치열했던 삶의 주인공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세월을 살아내고 버텨낸 그녀의 이야기에는 세대를 넘어서는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
소소하지만 위대했던 그녀의 인생 역정을 따라가 본다.
▲ 자서전(傳), 지난날의 나를 찾는 여정
올해 나이 71세. 제주도 김녕의 해녀 출신 김복희.
딸이 자서전을 써 보자고 했을 때, 내가 무슨 자서전? 그렇게 말했지만
딸과 사진을 들추고 오래된 물건을 찾아보고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나도 할 말 참 많은 사람이었다.
돌아보면 고생한 것만 생각날 줄 알았는데 울음 속에 웃음도 있었고 소소하게 재미진 삶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도 빛나던 청춘도 있었다.
자서전을 쓰며 자식들과 더 많이 만났고 나는 나를 조금씩 알게 됐다.
자서전은 나에게 위로였고 자신들이 주는 상 같았다.
▲ 내 이름은 김복희, 일복을 타고난 여자
마음의 기둥이 될 만한 소중한 사람들을 이른 나이에 먼저 보냈다.
5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마흔 다섯에 남편을 먼저 보냈다.
아버지 없는 맏딸이라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20킬로가 넘는 저울을 지고 장사를 하러 다녔다.
물질에 밭일에 장사까지 해 가며 동생들을 가르쳤고 성공시켰다.
나만 희생하면 가족이 살았다.
스무살에 약혼해 결혼한 남편도 황망하게 갔다.
자식 셋 혼자 건사하며 사는건 쉽지 않았다.
“동생들 공부 시키고 성공하면 됐다고 생각했지 나 자신이 뭐가 되겠다. 이런 생각은 못 해봤어. 자식 셋 대학 공부 시키려면 별 수 있어. 악착같이 살아야지.”
-김복희 (71세)
▲ 나의 아픈 손가락···. 나는 못난 엄마였다.
임신 6개월, 임신을 해도 쉴 수가 없었다. 일을 너무 많이 해 아프기 일쑤···. 열병이 났다.
의사는 낙태를 권했고 나는 약을 먹으며 버텼다. 그때 나는 너무나 어렸고 아무 것도 몰랐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는 장애아로 태어났고 4살이 되도록 몸도 못 가눈 체 매일 밤낮으로 울기만 했다. 3년을 그 아이를 업고 전국의 병원을 찾아다녔다.
결국 동네 성당 수녀님을 통해 복지시설로 아이를 떠나보냈다. 그게 마지막이다.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나의 넷째 딸···.
▲ 수많은 오래된 사진들과 제주도 장례풍습이 담긴 영상까지...
소소한 일상 속에 내 행복이 있었네.
자서전을 쓰려고 내가 그랬는지, 옛날부터 사진 많이 찍고 모아두길 참 잘했다.
사진을 보니 세월이 보이고 예뻤던 나도 보였다.
오래된 물건을 찾아보니, 수십년 전 시어머니 남편 장례식 동영상도 찾아냈다.
서른 셋에 김녕 제일 큰 집도 지어보고 자식 셋 공부시키고 건강하게 출가시켰으니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다행이고 고맙다.
소소한 얘기 속에 행복이 들어있었다.
“옛날 사진들을 물론 어릴 때부터 간간히 보긴 했지만 이렇게 꼼꼼히 오래 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이때 엄마는 몇 살이었을까? 우리 엄마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몰랐던 엄마를 알게 됐어요.”
-임소영(44) / 김복희의 막내딸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