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위기감 팽배했던 삼성 반도체전략회의

"라인 하나 증설에도 10조~15조

투자결정 못하고 해넘기기 처음"

현상황 길어지면 미래장담 어려워



18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경기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삼성전자(005930) 반도체(DS) 분야 글로벌 전략협의회. 올해 반도체 매출에서 24년간 왕좌를 지켜온 인텔을 끌어내리고 최정상에 올랐지만 회의장 공기는 무거웠다. 김기남 신임 DS부문장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투자 결정 지연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해외법인장과 국내사업부 임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임원은 “반도체 라인 하나를 증설하는 데도 10조~15조원이 들어간다”며 “투자와 관련한 세부 결정을 제대로 못 내리고 해를 넘기는 데 따른 답답함을 토로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도 “사업부별 목표 및 전략 등을 공유하는 자리였지만 올해는 달랐다”며 “오너 부재가 경쟁력 하락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분위기는 삼성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 2월 이재용 부회장 구속수감 이후 총수 공백 사태가 10개월 남짓 계속되면서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부작용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삼성은 △평택 공장의 D램 메모리 추가 투자 △충남 탕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지 조성 및 신규 투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라인 신축 등과 관련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투자계획을 확정·발표하는 시기가 내년 1월 말 무렵임을 고려하면 지금쯤 투자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것이다.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그간 투자를 결정하던 오너·미래전략실·전문경영인의 삼각 축 가운데 전문경영인을 빼고 모두 탈이 난 상황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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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실무진이 느끼는 위기감도 상당하다. ‘반도체굴기’를 내건 중국은 물론 전통의 라이벌 인텔·퀄컴 등도 전방위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에 쏟아붓는 돈만도 2025년까지 200조원에 달한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고사양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데도 투자가 지연되는 삼성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삼성의 미래도 안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훈·한재영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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