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신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각종 산업에 접목돼 산업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즈음하여 주목받고 있는 헬스케어 산업에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이 병원에서 가정으로, 질병 치료에서 사전 예방과 관리로 전환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헬스케어 산업은 가치 사슬이 다변적이고 확장성이 커 고용 창출 효과가 지대한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 헬스케어 산업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인구 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이 14%를 넘어서 이미 고령 사회에 진입했으며 오는 206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고령화 수준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령 사회에서 헬스케어 산업은 국민의 건강나이를 낮추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100세 시대에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은 보다 질 좋고 효율적인 보건의료를 제공하며 새로운 먹거리도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다.
헬스케어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성장하려면 신기술을 수용하고 다양한 관련 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포용적·개방적인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생태계 변화를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사항은 규제 체계의 전환이다. 헬스케어 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영역이므로 규제가 비교적 엄격한 편이다. 다만 필요 이상의 엄격한 규제는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과도한 규제로 신기술이 헬스케어 산업에 제대로 접목되지 못한다면 국민은 고령화 시대에 어울리는 신개념 헬스케어를 누릴 수 없게 된다. 기존의 규제가 헬스케어 산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유연하고 새로운 규제 체계가 마련돼야 할 이유이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의료 및 디지털 산업의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가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에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규제 체계 정비가 미흡해 스타트업들이 가진 신기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세계 헬스케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헬스케어 산업이 추진하는 기술 혁신에 규제 체계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비하고 있다. 최근 FDA 신임 국장으로 부임한 스콧 고틀리브는 “FDA의 전통적 의료기기 심사 기준은 새로운 종류의 의료기기 심사에 적합하지 않다. 우리는 규제 개선으로 혁신을 방해하지 말고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성장 키워드로 ‘혁신성장’을 제시하고 범국가적으로 혁신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달에는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제안할 특별위원회를 산하에 발족했다. 헬스케어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체계·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한데 모을 필요가 있다. 헬스케어 특별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큰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