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기업을 대상으로 직무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인터넷으로 기업 직무교육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피칭이었다.
“그래요? 그거 앞으로 우리 대학들에서 할 일인데…대학이 나서면 대표님 사업에 경쟁력이 있을까요?”
한 교수님의 피드백이었다. 앞으로 대학들도 학생뿐 아니라 기업 임직원 교육을 본격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는 것이다. 대학들도 생존경쟁에 직면해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도 말씀하셨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최근 20년간 직무교육 산업에 변화를 줄 만큼 대학의 참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 최근 20년을 언급했냐면 이 대화가 지난 1998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스타트업은 해당 사업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사업 초기, 더 구체적으로 수익을 내기 전까지는 그 사업에 대해 누구나 한마디씩 하기가 쉽다. ‘비즈니스 모델이 약하다’ ‘대기업이 진입하면 어떻게 할 거냐’ ‘팀 구성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그게 사업이 되겠느냐?’ 등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 그 의견들이 맞는지 틀린지를 당장 입증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스타트업 피칭 같이 공개적 장소에서는 말하는 사람은 주로 ‘갑’, 창업자는 ‘을’의 입장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은 충분히 말할 기회가 적고 스트레스만 받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첫째, 감사히 들으면 된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우스개가 있다. 그래도 관심이 있으니까 의견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나쁜 감정을 가졌을 리 없을 테니 말이다.
둘째, 사업 모델을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는다. 상대방의 의견을 통해 생각지 못했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면 최상이다. 개선하면 된다. 중요한 부분에서 생각이 다르다면 그 부분을 우선 확인해보는 기회로 활용한다. 매번 동일한 지적에 직면한다면 다음번에 동일한 언급이 나오지 않도록 대응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의사결정의 기준은 고객이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 폴 그레이엄은 에어비앤비(Airbnb) 창업자를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이걸 원한다고요? 왜요? 진짜로 말입니까?” 하지만 그레이엄은 핵심 고객이 아니었다. 그는 훗날 자신이 숙박공유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했다. 결국 그것을 원하는 고객이 있는지, 고객이 그것을 원하는지가 기준이다.
넷째, ‘도광양회(?光?晦)’. 도광양회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이다. 사업이 성공하면 최대 승자는 창업자 본인이다. 창업 초기 부정적인 의견들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모든 과정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무용담이 된다. 물론 성공 후라고 달라지면 안 되겠지만 본인의 뜻을 이루기 위해 실력을 기르며 겸손을 유지해야 한다. 주위의 말을 감사히 듣되 스스로 판단해 실행하면 된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묵히 걸어가라. /sungjucho@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