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파이낸셜포커스] 역풍 맞는 금감원 금융CEO 후보 추천 가이드라인

"사실상 정부 입김…국민연금 추천자 어떻게 반대하나"





최흥식 금감원장이 19일 국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정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금융권에서는 관치 논란을 우회하기 위한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 원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CEO 후보군을 선정할 때 주주와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받도록 유도하는 한편 후보자군을 추릴 때 다양한 업권에서 경력을 쌓은 후보자가 유리하도록 기준을 재설정하도록 했다.

다양한 업권 거친 후보가 유리

대형은행 상주 검사역도 파견

업계선 ‘과도한 관치’ 불만 커




이는 결국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1대주주인 국민연금의 CEO 후보 추천권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9.68%), 하나금융지주(9.64%), 신한금융지주(9.55%)의 최대주주다. 우리은행은 국민연금(9.45%)과 예금보험공사(18.52%)를 합치면 사실상 정부 관할 지분이 30%에 이른다. 금융회사들은 내부 이사회 지원부서가 외부 헤드헌터 등을 통해 후보군을 추려 관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후보 추천 권한이 국민연금 등으로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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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이 CEO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거절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관치’를 정당화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제도상 주주들의 CEO 추천이 가능한데 민감한 시기에 주주 추천을 언급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만약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CEO 후보를 추천해오면 사실상 거절할 명분이 없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을 통해 CEO가 선임된 사례가 없어 당국이 국민연금을 압박해 지배구조에 입김을 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국민연금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CEO 선정에 대한 별도 기준도 제시했다. 금감원은 후보자군을 좁혀나갈 때 ‘그룹 내 2개 이상 회사 및 업무 분야 경험’을 평가항목으로 둬 후보자추천위원회 운영을 합리화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금융그룹 내에서 은행 또는 보험·증권 한 분야에서만 이력을 쌓은 임원은 CEO가 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국내 현실을 간과한 조치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기 CEO가 되려면 은행 외에 최소 증권이나 카드 부문 계열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후임을 미리 지정해놓으면 현 회장의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후임 회장에 줄을 서려는 세력이 나타나 은행 경쟁력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경영 간섭을 넘어 CEO 선임에까지 손을 뻗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국은 특정 은행이나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갈수록 압박 수위가 거세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지배구조 검사는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특정인을 겨냥할 정도로) 얄팍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당국은 CEO 선정 과정과 별도로 은행 경영에 대한 감독 강도도 높여가기로 했다. 최 원장은 이날 “대형 은행에 대한 상시 감시를 위해 상주 검사역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은행(D-SIB)’은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 산하 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지정돼 있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 중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계획 이행이 저조하거나 경영관리 부문이 3등급 이하인 은행 등을 대상으로 상주 검사역을 파견할 방침이다.

최 원장은 “시중은행 중에 상주 검사역 파견 은행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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