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결국 최악 상황 터져...불안 떠는 200만 투자자

가상화폐거래소 '유빗' 첫 파산

올초 55억 규모 도난 당한뒤

해킹으로 자산 17% 또 잃어

세계1위 '빗썸'도 보안 취약

정부 초강경 규제책 나올듯

지난 16일 비트코인 투자 열풍과 관련해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고위 인사들이 가상화폐는 법정 화폐가 아닌 투기 자산으로 경고한 가운데 서울 중구의 한 비트코인 거래소 모습.  /연합뉴스지난 16일 비트코인 투자 열풍과 관련해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고위 인사들이 가상화폐는 법정 화폐가 아닌 투기 자산으로 경고한 가운데 서울 중구의 한 비트코인 거래소 모습. /연합뉴스




유빗(옛 야피존)은 지난 4월에도 3,831비트코인(당시 시세 약 55억원)이 해킹 사고로 탈취됐다. 그렇지만 이름을 바꾸고 영업을 재개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다. 실제 회사 측은 해킹된 사이트라는 꼬리표를 지우기 위해 서비스명을 기존의 야피존에서 ‘유빗(YouBit)’으로 변경했지만 8개월 만에 또다시 해킹을 당했다.



이 같은 거래소 해킹은 6월 회원 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빗썸, 21억원어치 가상화폐가 도난당한 코인이즈에 이어 올 들어서만도 네 번째다. 거래량 증가에 따른 접속 오류는 비일비재하다. 거래소들의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거래소들이 수수료 수익에만 골몰한 채 투자자 보호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한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실제 빗썸에서 가상화폐 거래금액은 하루 4조원가량으로 거래수수료가 0.135%인 점을 감안하면 빗썸은 하루 수수료 수익으로만 50억원 정도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수수료 수입에도 업계에서 비슷한 사고가 속출하는 것을 보면 투자자 보호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코빗, 코인원 등도 취약한 보안으로 인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시정 권고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체 거래량의 90%를 차지하는 3대 거래소 모두 해킹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가상화폐 광풍’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도 가상화폐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하고 가상화폐 자금모집(ICO)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 절차에 나섰지만 법 개정까지는 최소 6~7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블록체인협회도 업계 차원에서 거래소 운영 시 자기자본 20억원 요건 등을 담은 자율 규제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허술한 규정 때문에 가상화폐거래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영업을 하고 있다. 해킹에 무방비일 정도로 보안 수준이 열악해 한 번 해킹을 당하면 2차·3차 피해가 우려될 정도로 엉성하다.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할 법적 체제는 물론 기관도 전무하다는 것이다. 자율협의기관으로 국내 가상화폐거래소가 연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준비위원회가 활동 중이지만 공식적인 조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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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명에 달하는 가상화폐 투자자와 하루 거래금액이 코스닥을 능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이처럼 인프라는 후진국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악하다.

이달 초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전 세계의 21%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해킹 시도도 빈발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네 곳의 해킹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내년에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와 금전적 이익을 노린 공격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킹을 막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보안 비용이 들지만 가상화폐 투자 광풍을 노린 거래소들이 난립한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영되거나 오픈을 앞둔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는 3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아 프리미엄’을 노리고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중국 등 외국 자본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해킹 등 각종 사건들은 대형거래소보다 난립하는 소형거래소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협회가 설립요건 마련에 나섰지만 협회의 자율규제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협회가 사건을 일으키는 거래소를 제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협회 규제안은 내년 2·4분기부터 적용돼 하루가 다르게 거래량이 늘어나는 가상화폐 시장을 잠재우기에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거래소인가제를 통해 정부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거래소를 퇴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국회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데 거래소인가제 도입 내용을 담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도 박 의원의 발의안을 기반으로 거래소를 규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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