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2월26일 코웨이(021240)(당시 웅진(016880)코웨이) 직원들은 단체로 e메일을 받았다. 윤석금(사진) 웅진그룹 회장이 며칠 뒤 웅진의 품을 떠나는 코웨이 직원들에게 미안함과 애틋함을 담아 e메일을 보낸 것이다. 윤 회장은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웅진식구’라고 불러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e메일에서 “웅진의 상황 때문에 여러분과 이별하지만 여러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할 것”이라며 “어둡고 힘들었던 시간은 훌훌 털어버리고 밝고 희망찬 새해를 만들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그로부터 꼭 5년이 지난 19일 윤 회장은 “코웨이 인수는 물론 신사업팀을 통한 정수기 사업 추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코웨이 인수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웅진그룹은 이날 코웨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지분 26.8%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
윤 회장에게 코웨이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1997년 외환위기의 상황에서 정수기 판매를 대여 형식으로 전환하면서 성장했던 효자 사업이었다. 2002년 정수기 렌털 회원 수 100만명 돌파를 시작으로 꾸준히 성장해 2012년에는 매출이 2조원에 달했다. 웅진그룹은 정수기 및 렌털 사업을 중심으로 식음료·화장품·저축은행·건설·태양광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2011년 기준 매출액 6조원 규모 중견그룹으로 성장했고 윤 회장은 ‘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시작한 샐러리맨 신화’로 불렸다. 하지만 웅진그룹은 건설사업 확장으로 자금난을 겪으며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기업회생관리절차를 신청하면서 윤 회장은 가장 공을 들인 웅진코웨이를 MBK측에 1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웅진’의 이름을 떼어낸 코웨이는 매년 덩치를 키우며 한때 지분 가치가 3조원까지 치솟았다.
윤 회장이 코웨이를 다시 인수하게 되면 눈물을 머금고 MBK에 매각한 지 5년 만에 주력 계열사를 다시 품에 안게 된다. 윤 회장은 웅진그룹 전성기의 상징인 정수기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 제2의 도약을 일구겠다는 각오다.
웅진그룹은 코웨이 매각 시 MBK 측과 체결한 5년간의 정수기 겸업 금지 기간이 풀리는 내년 1월2일을 염두에 두고 정수기 사업 재진출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윤 회장은 웅진 내부에 신사업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정수기 사업 재진출을 강하게 추진했다. 다른 한편으론 지분가치가 낮아진 코웨이 인수를 ‘투트랙’으로 검토해왔다. 여기에 주요 사모펀드들과 재무적 투자자들이 웅진의 코웨이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내년 1월 겸업 금지 기간이 풀리는 만큼 정수기 사업 재진출을 위해 신사업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며 “코웨이를 인수해 직접 진출하는 방안과 새로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코웨이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면 전자 쪽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MBK 측은 윤 회장의 인수 의지를 불신하며 웅진에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금껏 한 차례 접촉한 것 외에 웅진이 협상 의사나 구체적인 인수 계획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MBK 관계자는 “코웨이 인수와 관련한 어떠한 협상도 없었다”면서 “정말로 인수할 생각이 있다면 인수대금을 마련할 방안을 제시하고 다른 경쟁자가 붙지 않도록 비공개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웅진그룹이 주장하는 인수가격 2조원은 현재 주가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MBK는 3조원에 가까운 가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흑자 전환해 올해 3·4분기 기준 8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웅진그룹의 재무상태로는 사실상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MBK의 판단이다. /백주연·임세원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