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러시아 겨울궁전의 佛미술, 한국 나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예르미타시박물관전'

푸생·모네·세잔 작품 등 89점 전시

고전주의서 인상주의까지 총망라

예르미타시박물관 겨울 궁전 전경/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예르미타시박물관 겨울 궁전 전경/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17세기 이후 러시아는 프랑스를 사랑했고 동경했다. 당시 러시아 왕실과 귀족은 프랑스어를 하고 프랑스 문화를 즐기며 프랑스 취향을 따라했다. 러시아 근대화의 아버지 표트르 1세(1672~1725)는 1717년 두달간 파리에 머물며 프랑스의 절대왕정을 러시아에 이식하고 싶어했다. 그는 베르사유 궁전을 두 번 방문했고, 태양왕 루이 14세의 별궁이었던 마를리궁을 좋아했다.

1762년 즉위한 예카테니라 2세(1729~1796)는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그는 거주하던 ‘겨울 궁전’ 가까이에 ‘은자의 집(HERMITAGE)’으로 별린 별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수집해온 예술품들을 보관했다. 그 중심에 프랑스 미술이 있었다. 소장품 300만 점의 예르미타시 박물관의 탄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예르미타시 박물관에 있는 프랑스 회화·조각·소묘 등 89점의 미술품이 한국 나들이를 한다. 이번 주 개막해 내년 4월15일까지 계속되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예르미타시박물관전,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특별전을 통해서다. 프랑스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프랑스 미술을 보유한 박물관은 예르미타시박물관의 전시는 지난해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열린 ‘불꽃에서 피어나다 - 한국도자명품전’의 교환전시로 추진됐다. 총 4부에 걸쳐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프랑스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나아가 고전주의, 로코코시대, 낭만주의, 인상주의까지 서양미술사의 큰 물줄기를 따라갈 수 있다.

니콜라 푸생 ‘십자가에서 내림’/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니콜라 푸생 ‘십자가에서 내림’/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전시의 첫머리인 ‘고전주의, 위대한 세기의 미술’은 니콜라 푸생, 클로드 로랭 등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으로 프랑스 미술이 독자적인 화풍을 형성하고 유럽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한 17세기의 프랑스 미술을 소개한다. 니콜라 푸생의 ‘십자가에서 내림’은 예카테니라 2세가 처음으로 구입한 프랑스 회화로 예수가 십자가 아래로 내려온 뒤, 성모 마리아 등이 그를 부여잡고 통곡하는 모습을 담았다. 하늘의 거대한 먹구름은 비극적 분위기와 긴장감을 조성하며 화면을 대각 구도로 분할하는 하얀 천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폴 들라로슈 ‘티베르 강에 빠져 죽은 기독교 순교자’/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폴 들라로슈 ‘티베르 강에 빠져 죽은 기독교 순교자’/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장바티스트 나티에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장바티스트 나티에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2부인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에서는 18세기로 접어들며 남녀간의 사랑과 유희 장면을 즐겨 그렸던 로코코 화가들의 작품과 계몽주의 사상의 확산에 따라 제작된 풍속화를 만날 수 있다. 장바티스트 나티에의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는 잘생긴 요셉에게 반한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유혹하는 장면을 담았다. 그는 남편이 없는 틈을 타 요셉의 옷을 붙잡고 자신의 침대로 불러들였는데 당황한 요셉은 자신의 옷을 그녀의 손에 남겨두고 뛰쳐나간다. 나티에는 옷을 벗은 채 빛나는 매력을 뽐내는 보디발의 아내를 작품 전면에 세웠다. 밝은 빛이 젊은 부인의 몸을 비추며 그림자를 만들고 요셉은 그 속에 잠겨있어 대비를 이룬다. 이 작품으로 나티에는 왕립회화조각아카데미의 회원이 됐다.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 ‘니콜라이 구리예프 백작의 초상’/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 ‘니콜라이 구리예프 백작의 초상’/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프랑스 미술을 19세기로 접어들며 큰 변화를 맞이하는데 3부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은 나폴레옹의 통치와 일련의 혁명을 겪으며 프랑스 미술계에 일어난 변화를 소개한다. 신고전주의의 대표적 화가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의 영웅적 초상화를 비롯해 문학, 신화, 동방에서 영감을 얻은 낭만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클로드 모네 ‘지베르니의 건초더미’/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클로드 모네 ‘지베르니의 건초더미’/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앙리 루소 ‘방브 수문 좌측의 방어 시설 경관’/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앙리 루소 ‘방브 수문 좌측의 방어 시설 경관’/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전시의 마지막인 ‘인상주의와 그 이후’는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를 조명한다. 클로드 모네, 폴 세잔, 모리스 드니, 앙리 마티스, 앙리 루소 등 인상주의 이후 근대 거장들의 작품은 20세기 미술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앙리 루소의 ‘방브 수문 좌측의 방어시설 경관’은 마치 오늘날의 삽화와 같은 현대성을 뽐낸다. 세관원이었던 그는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고 미술에 늦게 입문했지만, 그래서 특유의 대상을 보는 신선한 관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시기간 중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열린다. 갖가지 교육프로그램, 문화행사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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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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