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권위는 “최근 3년간 군대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가해자를 징계 처분한 273건을 검토한 결과 파면과 해임 등 신분을 박탈하는 경우는 20건으로 7.3%에 그쳤다”며 “국방부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에서는 징계위원회를 반드시 개최하라고 하고 있으나 일부 사건에서는 개최 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상관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성폭력을 당한 한 여군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자 인권위는 지난 6월부터 약 6개월간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했다. 11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여군이 성폭력 형사피해자인 사건 기록 및 판결문 총 173건(육군 98건·해군 35건·공군 25건·국방부 15건)을 검토했다. 또 군사법원 판결 및 양형 적정성과 함께 지난 2013년 인권위의 ‘여군 인권증진 정책권고’ 이행실태 등도 점검했다.
인권위는 군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법률적용과 온정주의 처벌 경향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형법이 아닌 일반형법을 적용해 피고인의 신분을 유지해준 사례가 있었으며 취중 우발 범죄라며 선고유예를 내리는 경우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재판 공정성 제고를 위해 군판사와 군검사에 대한 인사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보통군사법원 31곳과 고등군사법원 1곳에서 군판사 40여명, 군검사 16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순환보직이 가능한 형태로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군 2명 중 1명꼴로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가 육·해·공군 및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여군 17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1명(47.6%)이 군대 내 성폭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경우는 6.5%에 달했다. 반면 ‘심각하지 않다’는 답변은 2명(1.2%)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인권위는 직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정한 재판을 위해 군법무관 인사 독립성 확보 △부하에 대한 성범죄 가중처벌 △피해자 보호대책 강구 △징계 위원회 외부 위원 포함 △국방부 내 성폭력 전담부서 설치 △군 내 양성평등 문화 조성 등을 국방부 장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자칫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군 관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방부 장관에게 이와 관련해 정책 및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