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RA) 비대면 일임 투자의 경우 투자자 자필서명을 화상통화로 대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RA 업체의 비대면 일임 서비스 규제 완화를 위해 RA 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거나 투자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관련 부서는 최근 이 같은 방안을 최 위원장에게 보고했다. 현행법에는 신탁이나 펀드 판매 때는 직접 투자자를 대면하고 자필서명을 받도록 하고 있어 모바일이나 인터넷 기반의 RA에는 맞지 않는 낡은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 RA 업체들은 비대면 일임 상품을 내놓고도 투자자 자필서명을 받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왔다. RA는 로봇(Robot)과 조언자(Adviser)의 합성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투자자 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자산관리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일임업 라이선스를 받은 RA 업체는 쿼터백자산운용·디셈버앤컴퍼니·파봇·아이로봇 등 네 곳이다.
금융당국은 RA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불완전판매 우려 때문에 최근까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금융위원회의 입장 선회는 최 위원장이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와 교감하고 4차 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에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총리가 지난달 말 열린 ‘규제혁파 현장대화’에서 RA 업계로부터 비대면 일임 규제 완화를 건의받고 최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인생상담은 물론 모든 일이 (비대면) 전화로 이뤄지는데 투자상담도 비대면으로 하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며 4차 산업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최 위원장도 수긍하고 규제 완화에 전향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투자자가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대신 화상통화로 대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RA 업체의 비대면 일임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내년에는 RA 업체와 기존 금융권 간 자산관리시장을 놓고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RA 업체들은 기존 은행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받지 못해온 20~40대 일반고객층이 주요 타깃”이라며 “비대면 일임이 허용되면 RA 업체는 적은 수수료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보수율과 실시간 자산현황 확인 등 자산관리 대중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RA 업체 대표는 “시스템 자동화와 온라인 계약을 통해 아낀 비용으로 1% 수준인 일반적인 투자일임 보수율을 3분의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공격경영을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를 인하하도록 만든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처럼 RA 업체들이 각종 보수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의 ‘메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RA가 기록한 수익률은 기존 금융사들에 비해 썩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순자산 10억원 이상인 RA 펀드 17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28%로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 8.25% △일반주식펀드 5.51% △코스피200인덱스펀드가 8.38%의 수익률을 낸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전 세계 RA 관리자산 규모가 지난 2016년 3,000억달러에서 오는 2020년 2조2,00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