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계열사 노조는 지난 달부터 매주 수요일 본사 앞에서 김정태 회장의 3연임 반대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9월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시작된 후부터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지금까지 윤종규 회장 퇴진을 외치며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 설치한 컨테이너를 철수하지 않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동계 친화적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권 노조의 최고경영자(CEO) 흔들기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노조가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면 정치권 등을 거쳐 금융당국이 해결하는 모양새까지 연출되고 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10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과 KEB하나은행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갖고 합당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한 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압박 강도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지주 지배구조 검사 후 KB금융과 하나금융에 ‘경영유의’를 통보했다. 특히 하나금융 노조가 비리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한 데 대해 최흥식 금감원장은 “안 볼 수는 없다”며 검사에 조만간 착수할 것을 시사했다.
더 나아가 금융권 노조는 노동이사제를 주장하며 경영권 개입 의도까지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주총에서 부결되기는 했으나 KB 노조는 우리사주 지분을 활용한 주주제안을 통해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 의견에도 노조는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를 이사회 내 6개 소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가 철회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내년 주총에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반영해 정관 개정안을 수정 제안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갈등을 예고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장기적으로 민간 금융회사에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제안하는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국내 대부분의 금융사는 지난 KB 주총에서 노동이사제에 찬성 의사를 밝힌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여서 내년 주총에서 같은 이슈로 갈등이 불가피하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노조의 경영 참여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며 자본시장 경제 본질을 해치는 일”이라면서 “독일에도 노사 공동결정제도가 있지만 경영이 아닌 이를 견제·감독하는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일뿐더러 1990년대 독일 통일 이후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여론하에 유명무실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