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연말 주요 그룹 인사에서도 재계 오너 가족의 승진이 잇따랐습니다. 이를 두고 창업주의 3세 4세가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책임 경영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너무 빠른 시기에 임원으로 올라 제대로 된 경영 수업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계 오너 가족중 누가 승진 대열에 올랐는지, 그리고 초고속 승진에 대한 재계의 우려 목소리를 김상용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현대중공업 그룹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는 최근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로 승진했습니다. 올해 35살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지난 2007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해 8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오른 셈입니다. 통상적으로 현대중공업에서 8년 근무할 경우 대리나 과장 직급이 주어지는 것과 비교할 때 초고속 승진에 해당합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인사에서 총괄 부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또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두 아들의 승진 내용을 두고 한국타이어가 사실상 오너 3세 경영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철강기업인 세아그룹 역시 이순형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전무가 부사장으로, 선대 회장인 이운형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전무도 부사장으로, 창업주 이종덕 회장의 외손자인 이휘령 사장은 부회장으로 모두 승진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순형 회장의 삼남인 이주성 신임 부사장은 올해 나이 39세입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는 최근 인사에서 상무로 한 단계 승진했습니다. 이규호 상무의 경우 다른 오너 가족과 달리 구미공장에서 차장으로 현장 경험을 2년간 쌓은 점이 돋보입니다. 이 상무의 올해 나이는 33살입니다.
하지만 고속 승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혹독한 경쟁없이 승진을 하면서 회사 경영과 이미지에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 사례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동국제강 창업주의 4세인 35살의 장선익 이사는 지난 해 말 과장에서 이사로 초고속 승진을 한 바 있습니다. 아버지인 장세주 회장이 구속 수감됐고이사 승진 한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술집 생일파티중 난동까지 부리는 등 일탈 행동을 하면서 재계의 시선이 곱지않은것도 이 때문입니다. 고(故) 장상태 회장이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에게 경영을 맡기기에 앞서 각각 ROTC와 육군사관학교에 보내 리더로서 수련을 할 수 있도록 강권했던 것과 대조를 보입니다.
재계 3·4세가 올해에도 고속 승진을 거듭한 가운데 이들이 회사 경영에 어떤 효과를 불러올 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