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건물벽 스티로폼 타고 불길 번져…대부분 연기에 질식사망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방재시스템 등 관리 허술

유독가스가 인명피해 키워

1층 주차장 차량서 발화 추정

2008년 이후 최악의 참사

21일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건물 안에 있던 한 시민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  /제천=연합뉴스21일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건물 안에 있던 한 시민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고층 건물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한 남성은 “아내가 2층 사우나에 갇혀 있다”며 소방대원에게 “어서 구해달라”고 울부짖었다. 또 다른 여성은 외벽마저 타 들어가는 건물 안에 가족이 있는 듯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안타깝게 흐느끼며 “살려 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타들어 가는 건물을 지켜보던 인근 주민들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쪽을 가리키면서 “저기부터 먼저 꺼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21일 충북 제천시의 8층짜리 스포츠센터인 ‘두손스포리움’ 건물에서 큰불이 나 모두 29명(오후10시30분 현재)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3시53분께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 1층 필로티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불길은 오후 5시40분께 잡혔지만 건물에서는 몇 시간 동안 시커먼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다.


이 건물은 1층 주차장 외에 2∼3층 사우나장, 4∼7층 헬스클럽, 8층 음식점 등이 자리한 터라 많은 손님들이 방문 중이어서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외에 부상자 20여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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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의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건물 구조 자체의 문제 때문으로 지적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건물은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외장재인 드라이비트로 꾸며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로 인해 불길이 빠른 속도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길이 1층 천장으로 옮겨붙으면서 하나밖에 없는 출입구가 완전히 막히게 된 것도 인명 피해를 키웠다. 실제 사망자들은 불에 노출돼 입는 화상보다 대부분 연기에 질식해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건물 내에서 뿜어내는 유독 가스로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다”며 “건물 내부에 있다 유독 가스를 미처 피하지 못하면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총 29명 가운데 20명이 2층 목욕탕에 집중됐다. 이 건물은 애초 소유주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올해 경매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방재 시스템, 소방시설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재 초기에 신속한 구조·화재 진압 등 적절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화를 키웠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스포츠센터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서 화재 현장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필요한 7∼8m의 도로 폭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출동한 굴절 소방 차량이 고장 나는 바람에 고층에 대피해 있던 주민들의 구조도 지연됐다.

이번 화재사고는 지난 2008년 1월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40명 사망)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소방당국은 29명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지만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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