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 "값 내려라"...삼성반도체 때리기

"스마트폰업체들 잇단 항의에

中정부, 삼성에 가격인하 제안"

현지 매체 근거없는 보도 잇달아

일부는 투기세력으로 매도까지

삼성측 "공문 받은적 없다" 부인










중국 정부와 현지 언론들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가격 인상에 불만을 제기하자 관련 정부기관과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삼성전자 압박에 돌입한 것이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삼성 측에 가격 협상을 제안했다는 중국 현지 보도가 나온 상태로 중국 정부가 자국 스마트폰 업체의 민원을 빌미로 삼성이 공급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중국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가격 인상에 대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항의가 잇따른 직후 중국의 감독기관인 발개위가 삼성 측에 협상을 제안했다. 협상의 이유는 삼성이 최근 6분기 연속 반도체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내년 1·4분기에도 3~5%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글로벌 D램 시장의 48%, 낸드 플래시의 35.4%를 차지한다며 메모리 시장의 신규 진입이 어려운 점이 가격 인상의 주원인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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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체는 다만 발개위가 삼성을 상대로 반독점 조사를 시작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 봉황망과 21세기경제보 등은 D램 가격이 최근 높은 폭의 상승세를 보이면서 삼성을 비롯해 한국 반도체 기업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반면 중국 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일부 중국 매체는 근거가 부실한 감정적 공격으로 한국 반도체 때리기에 나섰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콰이커즈 등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을 투기세력과 비교하며 “한국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또 “1년에 두 배 이상 가격을 올리는 것은 부동산 투기와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다른 매체들도 발개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을 대상으로 담합 혐의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중국 당국의 담합 조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메모리 분야는 삼성·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D램은 스마트폰·PC 등에 모두 들어가 이런 부품을 받아 완성품을 만드는 중국 업체는 을의 위치에 있다. 그래서 반도체 분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에도 무풍지대로 남아 있었다. 그랬던 만큼 이 같은 현지 보도에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일단 삼성은 관련 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삼성 중국법인은 “중국 정부의 공문이나 공식 조사 요청 등이 없었다”고 밝혔다. 설사 조사 요청 등이 오더라도 D램 가격은 시황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철강 등 공급 과잉 업종과 달리 반도체는 중국이 함부로 통상분쟁을 제기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분야고 삼성전자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4차 산업 관련 중국 기업이 큰 타격을 볼 수 있다”며 “중국 정부조차 지속적으로 삼성을 때리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천명한 만큼 기술격차도 급격히 줄어들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의 제현정 박사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기업 간 문제에 중국 정부가 나서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수년간의 치킨게임 이후 우리 업체들이 살아남아 가격 주도권을 갖고 있는 만큼 중국이 섣불리 나서지는 못하겠지만 중장기적 전략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신희철기자·베이징=홍병문특파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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