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화재가 난 건물의 외벽은 ‘드라이비트’라는 소재를 사용했다. ‘빨리 마른다’는 뜻의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과 같은 가연성 소재를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나 석고를 덧바르는 마감재다. 단열효과가 뛰어나고 다른 마감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되고 특히 화재에 취약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15년 1월 5명의 사망자와 125명의 부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도 드라이비트가 대형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건축법이 개정돼 6층·22m 이상의 건축물 외단열재는 불에 일부만 타는 준불연재나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법의 시행은 2016년 4월로, 그 전에 지어진 건물은 30층 이상만 적용 대상이다. 이번에 대형 참사로 이어진 제천의 9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도 2011년에 준공된 것이어서 외단열재에 대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한 건축업자는 “드라이비트는 1㎡당 가격이 2만~3만원이어서 다른 마감재에 비해 4분의1가량 저렴하고 시공기간도 짧아 건물주들이 선호한다”면서 “하지만 불에 취약해 화재가 나면 유독가스가 나오면서 다른 곳으로 불을 빨리 옮겨붙게 해 시한폭탄과도 같은 소재”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필로티 구조도 이번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필로티는 건물 1층에 벽 없이 기둥만 세운 공간을 말한다. 필로티 구조 건물은 1층이 공기에 쉽게 개방돼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연소가 빠르게 진행된다.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와 2015년 화재가 난 의정부 아파트는 필로티 구조로 돼 있다.
필로티 구조 건물은 1층을 주차장이나 쓰레기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향후 비상통로 확보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