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24/7- 위험천만 얌체택시 단속현장]"니들이 뭔데" 승차거부 단속에 욕설...무법천지 '불금의 거리'

표시등 끄고 장거리 손님만 콜... 정류소서 기다리는 시민들 골탕

택시 잡으려는 취객들 차도까지 점령...사고위험에 무방비 노출

승차거부 신고해도 행정처분은 10분의1...꼼수영업 근절에 한계







1서울시 승차거부 단속반원들이 15일 밤 강남역 사거리에서 택시표시등을 꺼놓고 대로 변에 주차한 채 영업행위를 하던 택시차량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박진용기자1서울시 승차거부 단속반원들이 15일 밤 강남역 사거리에서 택시표시등을 꺼놓고 대로 변에 주차한 채 영업행위를 하던 택시차량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박진용기자


“잠깐 쉬지도 못해? 너희가 뭔데 나한테 돈을 내라 마라야!”

지난 15일 금요일 밤 12시 강남역 삼성물산 사옥 앞. 4인1조로 일대를 순찰하던 서울시 승차거부 단속반은 택시 표시등을 꺼놓고 길거리에 세워져 있던 택시를 발견하자 50m가량을 부리나케 뛰어갔다. 택시의 창문을 내리자 택시기사는 콜 접수를 받고 있었다. 명백한 불법영업이다. 단속반이 과태료를 부과하려 하자 택시기사는 욕설을 퍼부었다. “과태료 동의서에 서명하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 택시기사는 차를 에워싼 단속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하마터면 인명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이 연말을 맞아 공동으로 택시 승차거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얌체 영업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동행취재에 나선 이날도 상당수 택시는 공식 택시정류소 대신 길거리에서 ‘꼼수 영업’을 하고 있었다. 예약이 돼 있는 택시인 것처럼 예약 등을 켜놓고 예약한 사람을 확인하는 척하면서 손님들에게 목적지를 물어봐 골라 태우는 것이었다. 큰길가에 택시 표시등을 끈 채 전화접수를 받거나 지나가는 손님을 대상으로 목적지를 묻는 영업행위도 여전했다. 이 같은 행위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에 해당해 과태료 10만원 처분이 내려진다. 이날 단속에서 적발된 불법영업 행태는 강남역 일대에서만 총 4건이었고 서울시 전체로는 승차거부 20건, 예약표시 등 위반이 21건이었다.

한술 더 떠 택시기사들의 막무가내 행위가 만연해 단속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단속현장에 동행한 이상훈 서울시 교통지도과 주무관은 “승차거부나 불법영업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면 택시기사들이 욕설은 물론 따귀를 때리기도 한다”며 “단속반원들이 물리적으로 대항할 권한이 없고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들이 많아 위험천만한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고 전했다.


서울시 단속반원들의 안전을 지키고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택시기사들을 막으려면 현장에 경찰이 동행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찰은 종로 등 일부 지역에서 직접 택시 승차거부를 단속했지만 올해부터는 서울시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승차거부 단속에 대한 일임은 서울시가 승차거부 현장을 적발하면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경찰은 3만원 내외의 벌금형에 그쳐 단속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강남역·홍대 등 주요 지역에 경찰 순찰차를 상시 대기시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이 출동하는 간접 지원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역 같은 번화가일수록 무단횡단·취객안전·음주운전 등 업무량이 많아 승차거부 단속반을 지원하기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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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택시기사들과 단속반원들이 충돌하는 과태료 부과 현장에 경찰이 지원을 나가도 제대로 진압이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교통단속을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이 현장에 가면 대부분 진압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택시 승차거부가 ‘삼진아웃제’ 도입으로 처벌 강도가 워낙 강해지면서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택시기사들은 경찰에게도 발길질을 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16일 새벽 2시 시민들이 강남역 인근 대로 변으로 나와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박진용기자16일 새벽 2시 시민들이 강남역 인근 대로 변으로 나와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박진용기자


연말 모임이 잦은 시기에 택시를 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민들은 사고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나왔다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도 새벽 1시를 넘어서자 수백명의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차도로 쏟아져나왔지만 통제 불능이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시민들 안전이 위협받고 있지만 강남역 일대만 계속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처벌만으로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과 함께 ‘승차지원단’을 꾸려 매주 금요일 시민들에게 택시를 잡아주는 활동을 펼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이날도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에 공식 택시정류장을 2곳 설치하고 조합원 4~5명이 오후11시~새벽 1시까지 직접 택시를 잡아주고 있었지만 상당수 택시가 택시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손님을 골라태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새벽 1시께 신논현역 인근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고기원(31)씨는 “30분이 넘도록 기다렸는데 택시정류장에 온 택시는 10대도 채 안 된다”며 “택시정류소가 아닌 곳에서 택시를 타도 되는 줄 알았으면 이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택시 승차거부에 화가 난 시민들이 직접 서울시나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 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서울시에 접수된 승차거부 신고 건수는 5,552건이었지만 실제 행정처분 건수는 신고 건수의 10분의1 수준인 546건에 불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차거부 신고의 90%는 ‘증거불충분’ 판정을 받는다”며 “택시기사들이 부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승차거부 상황을 녹취하거나 영상으로 촬영해 증거를 확보해야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하기에는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택시 승차거부나 택시운전자 불친절 신고는 국번 없이 120으로 하면 되고 증거자료는 e메일(taxi120@seoul.go.kr)로 보내면 된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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