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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한병구 DHL코리아 대표 "팀워크의 아이스하키, 물류서비스와 빼닮아 매료됐죠"

스피드·팀워크·열정 가치 딱 맞아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지원 결심

해외경기때 장비 운송·통관 후원

220개국 네트워크로 꼼꼼히 챙겨

연습 더 많이한 선수가 이기듯

기업 경영도 스포츠와 비슷해

전직원 합심 배송 성공률 98%

7년간 수장 맡으며 성장 이끌어

한병구 DHL코리아 대표이사가 아이스하키 스틱과 헬멧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기자한병구 DHL코리아 대표이사가 아이스하키 스틱과 헬멧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기자


“아이스하키와 저희가 하는 물류서비스는 언뜻 보면 닮은 구석이 없지만 사실은 아주 비슷합니다. 대부분의 관중은 선수들이 뛰는 모습만 보잖아요. 근데 그 뒤에서 선수와 경기를 돕는 손길이 엄청나게 많듯이 물류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어투도어’의 과정이 무지하게 복잡해요. 또 스포츠 경기 중 한 번 상황이 벌어지면 주워담을 수 없듯이 저희도 조금의 잘못이 발견되면 그걸 무조건 사고로 간주합니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이유죠.”

한병구(60) DHL코리아 대표이사는 아이스하키와 물류사업의 공통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내년 2월9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선수단의 성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아이스하키에서 그동안 변방으로 불렸던 한국 대표팀이 ‘안방의 반란’을 일으킬지도 스포츠팬들의 관심사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지난 2011년 세계랭킹 31위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21위까지 올라서 있다. 우리보다 랭킹이 높은 강호들도 심심찮게 이기고 있어 사상 첫 올림픽 8강이라는 원대한 꿈이 어쩌면 꿈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다. 대표팀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DHL코리아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DHL코리아는 2015년 7월부터 대표팀을 돕고 있다. 스폰서 기업의 로고 하나 없는 초라한 유니폼으로 외롭게 뛰던 시절이었다.

해외에서 경기가 잦고 챙겨야 할 장비가 많아 운송과 통관이 가장 걱정이던 대표팀은 별도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린 DHL코리아의 도움으로 한결 빠르고 수월하게 해외 대회 참가와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백지선 대표팀 감독은 “부임 당시 선수들이 직접 짐을 다 들고 가는 걸 보고 한숨이 나왔다. DHL코리아 덕분에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으로 어깨를 펴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최근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만난 한 대표는 “아이스하키에 대해서는 거의 몰랐지만 올림픽을 앞둔 국가대표팀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 번 도와보자’하는 마음이었다”고 돌아봤다. “스피드와 팀워크·열정이라는 저희의 브랜드 가치와 아이스하키의 특성이 잘 맞아떨어지잖아요.”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한 번 ‘움직인다’ 하면 무조건 총 1톤 이상의 장비가 함께 이동해야 한다. 대표팀은 DHL코리아가 아니었다면 장비 운송에만 수억원을 썼을 것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의 해외순방이나 대기업 회장님의 출장 때 들이는 노력과 마찬가지 수준으로 전 세계 220개국에 걸친 촘촘한 네트워크를 이용, 대표팀을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때 축구공 수백 개를 현지 어린이들한테 나눠준다고 하면 전용기에는 싣고갈 자리가 없잖아요. 그럴 때 저희에게 맡겨지는 것인데 대표팀 장비는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룹니다. 대표팀 경기력에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대표팀의 해외 일정이 확정되면 한 대표가 직접 방문국의 DHL 지사장에게 연락해 ‘특별대우’를 부탁하기도 한다.

DHL은 독일 본사가 주도하는 글로벌 스폰서십으로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명문 축구단과 포뮬러원(F1) 자동차경주, 드론 레이싱 등을 후원한다. 한 대표가 나서 아이스하키 대표팀 후원 계획을 밝혔을 때 본사에서 가장 먼저 물어온 것이 ‘한국에서 아이스하키가 인기 있느냐’였다고 한다. 한 대표는 당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평창올림픽이 있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해도 서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득했고 본사는 물류서비스 후원은 물론 내년 6월까지 재정적 후원까지도 허락했다. 지금은 해외출장 때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놀라운 성장을 다른 나라 지사에서 먼저 이야깃거리 삼는다고 한다. 임직원 전체가 대표팀의 서포터스이기도 한 DHL코리아는 유소년 체험교실 등 아이스하키를 내세운 다양한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2008년 DHL코리아와 재경부(회계 담당) 상무이사로 처음 인연을 맺은 한 대표. 그는 2010년 7월 한국인 최초로 DHL코리아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두 차례 재계약을 거쳐 7년 넘게 ‘롱런’하고 있다. 업계에서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자세를 낮춘 한 대표는 “기업 경영도 결국 스포츠와 비슷하다. 몇 대 몇 스코어가 나오는 순간 그걸로 끝난 것이다. 골프도 그렇고 축구도 그렇고 연습을 더 많이 한 사람이 결국은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가지는 그동안 다른 직장들을 거치며 축적한 통찰을 경영에 고스란히 적용하는 것이다.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일할 때는 ‘생각이 똑바른 것이어야 행동도 똑바로 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또 어떤 직장에서는 나쁜 얘기는 최대한 재빨리 보고해야 한다는 지론이 생겼죠. 저는 ‘싱싱한 생선과 썩은 생선이 있으면 썩은 생선을 먼저 식탁에 올려라’라고 말하는데요, 그래야 같이 수습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미루면 본인도 힘들고 보스도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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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로 세무담당 업무를 맡던 시절 한 대표는 아침부터 오후6시까지 외부 업무를 보다가 오후6시부터 다시 사무실 업무를 시작하는 고된 일상을 보냈다. 그때 가진 생각은 “훗날 위치가 조금 더 높아지면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따라오게 될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그는 “국제특송 등 물류 업무는 특성상 어느 한 부분에서 살짝 틀어지면 제시간에 못 맞추게 돼 있다. DHL코리아가 물품배달 성공률 98%로 글로벌 넘버원을 기록하는 것은 모든 직원들의 합심 덕분”이라고 했다. 올 10월 DHL코리아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한 대표는 “40년을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옆과 뒤에 있는 든든한 동료들 덕분”이라며 애써 눈물을 참기도 했다.

1977년에 국내 최초로 국가 간 상업서류 송달 시스템을 시작했지만 2008년과 2009년 즈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DHL코리아는 한 대표 취임 후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시장점유율·고객만족도 등에서 뚜렷한 반등을 이뤘다. 2008년 DHL 전체에서 매출규모 18위 정도였던 DHL코리아의 위상도 지금은 12위로 올라설 만큼 성장을 거듭했다.

한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은 사실상 정보기술(IT)”라고 강조했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변수가 굉장히 많은 비즈니스예요. 픽업부터 배송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에서부터 물품이 현재 어디를 어떻게 지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실제로 어느 나라에 쿠데타가 일어났고 어느 지역에 화산이 폭발했는지 실시간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신속한 네트워크 연결성에 있어 첨단 정보기술은 필수입니다.” 업계 1위인 DHL은 자율주행로봇 ‘에피봇’을 창고 출고에 활용하고 집배원 배달업무를 지원하는 ‘포스트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인기 파셀콥터로 오지에 상품을 배송하는 등 로봇·드론 기술로 운송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한 대표는 “배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기업에 계산해주는 서비스, 마감 시간에 쫓기는 벤처기업을 위한 이동식 접수차량 운영은 물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의 확대에 따라 모바일로 배송정보 변경과 무인보관함 수령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 등 더 빠르고 편리한 ‘연결’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산업이 급성장한 가운데 의약품·의료용품 배송에 시간대별 온도변화 차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한 대표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다. 요즘은 K팝의 세계적 인기 덕에 아이돌그룹의 음반과 관련 상품을 해외 팬클럽에 배송하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매출 고공비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37년간의 직장생활 중 DHL코리아에서 일한 기간이 올해로 10년이네요. 이렇게 한 회사, 한 장소에 오랫동안 있어본 적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산업을 세심한 부분까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더 연구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DHL의 슬로건을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He is…

△1957년 서울 △1981년 서강대 경영학 학사 △1985년 조지아주립대 회계학 석사 △1986년 낵팩(Nack Paek CPAs) 공인회계사 회계사 △1988년 안암(안진)회계법인 선임 회계사·매니저 △1992년 굿이어 한국법인 재경부 상무·대표이사 △2000년 굿이어 태국법인 재경부 임원·대표이사 △2006년 존슨콘트롤즈오토모티브코리아 재경부 전무 △2008년 DHL코리아 재경부 상무이사 △2010년 DHL코리아 대표이사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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